‘처음엔 어색’…상봉 이틀째 ‘얘기꽃’ 활짝

‘처음엔 어색’…상봉 이틀째 ‘얘기꽃’ 활짝

입력 2010-10-31 00:00
업데이트 2010-10-31 15: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전날 단체상봉에 이어 31일 오전 개별상봉을 통해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가진 이산가족들은 60년 만의 만남으로 인한 어색함을 뒤로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며 상봉의 기쁨을 나눴다.

 북측 오빠 최의식(70)씨와 만난 남측 동생 최예식씨는 “처음에는 어색해서 오빠도 말씀을 잘 안 하셨다”면서 “핏줄이라 당기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할 이야기가 어찌나 많은지…”라고 재회의 감격을 전했다.

 예식씨는 “(오빠와 보내는 시간을) 하나하나 비디오 카메라에 담고 있다”면서 “내일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쉽다”며 곧 다가올 작별의 순간을 벌써부터 안타까워했다.

 전날 단체상봉 때 치매로 북측의 여동생 전순식(79)씨를 알아보지 못했던 남측의 전순심(84)씨는 밤새 잠시 정신이 맑아져 순식씨의 이름을 불렀다고 가족들이 전했다.

 순심씨를 모시고 방북한 아들 권태원씨는 “어머니가 여기 오셔서 동생을 만났다는 사실만이라고 알고 가셨으면 좋겠다”면서 마음 아파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고배일(62)씨는 북한의 아버지 윤섭(81)씨가 자신을 찾는다는 소식에 급히 서울로 돌아와 방북단에 합류했다.

 아버지와 헤어질 때 세살배기였던 배일씨는 “저승에서 영혼으로 만나면 아버님을 붙잡고 놓아드리지 않겠다”면서 눈물을 멈추지 못했고 부친도 울먹이며 “꼭 그러자”고 답했다.

 배일씨는 “아버님이 치아가 없어 음식을 잘 못 잡수시던데 미국으로 같이 갈 수 있으면 제가 치아를 다 해 드릴 수 있을 텐데…”라며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만찬에서 멀미 등을 호소하며 10여 분만에 자리를 떠났던 북측 리정숙(79)씨는 밤새 링거주사를 맞고 기력을 회복한 뒤 이날 오전 개별상봉장에 나타나 가족들을 기쁘게 했다.

 북측의 형 윤창기(82)씨를 만나고 나온 남측 동생 인기(72)씨는 “형님이 지금도 방직공장에서 기술자로 일하신다고 한다.형님의 손톱 밑에 기름때가 묻어 있었다”면서 “형님이 여든을 넘은 나이인데도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 보여 정말 기쁘다”고 반가운 마음을 전했다.

 이산가족들은 대부분 고령임에도 60년 만의 짧은 재회가 아쉬운지 조금이라도 더 가족과 함께 하려고 일정보다 일찍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측의 동생 룡환길(76)씨를 만난 남측 누나 순희(81)씨는 “상봉이 여러 차례 나뉘어 있고 장소도 매번 달라 힘들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괜찮다.운동도 되고 좋지 않느냐”며 나이를 무색케 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