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위 걸어가라” 강요뒤 솔벤트 끼얹어

“불길 위 걸어가라” 강요뒤 솔벤트 끼얹어

입력 2010-07-27 00:00
업데이트 2010-07-2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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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시흥 A고교 선배가 이달 초 후배 고교생들을 학교 운동장에 모아놓고 솔벤트를 뿌려 불 붙은 길을 지나가도록 ‘솔벤트 테러’를 가해 후배(18)가 팔과 다리에 심한 화상을 입는 일이 발생했다.

 피해 학생은 다리에 2도 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쳐 두 차례 피부이식 수술까지 받았다.앞으로도 몇차례 더 이식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학생 가족의 고소로 지난 11일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불구속기소(상해 혐의)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하기로 했다.

 27일 시흥경찰서와 피해 학생 가족에 따르면 이 학교 졸업생 이모(대학 1년)씨는 지난 7일 오후 7시30분께 기능반 실습실을 찾아와 후배들의 자동차 전기계통 관련 실습을 도왔다.

 이어 오후 10시께부터 이씨는 1,2,3학년 후배 7명을 교내에 있는 실습용 자동차 2대에 나눠 태우고 30여분간 운동장에서 묘기를 부리며 겁을 주었다.

 그런 다음 이씨는 실습용 차량 1대를 주차시키라고 후배 3명에게 지시하고 남은 후배 4명과 함께 다시 기능반 실습실로 향했다.

 실습실에 들어온 이씨는 인화성물질인 솔벤트와 공구를 닦는 기름종이를 챙겨 다시 운동장으로 나오라고 해 2.3학년 4명이 운동장에 모였다.

 후배들이 모이자 이씨는 운동장에 2~3m 가량 기름종이를 깔고 솔벤트를 뿌려 불을 붙이고 2학년 후배 두 명 중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에게 ‘불길’을 지나도록 강요했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B군은 어쩔 수 없이 시키는대로 ‘불길’을 통과했는데 무사했다.그러자 이씨는 B군에게 한번 더 불길을 건너도록 요구했다.

 생각만큼 불길이 크게 일지 않자 이씨와 3학년 C군과 2학년 D군은 불 붙은 기름종이 위와 B군을 향해 솔벤트를 더 뿌렸고 이때 다시 불길을 지나던 B군은 발목부터 종아리,허벅지,팔 등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화염에 휩싸인 B군이 주위를 뛰며 비명을 질렀는데도 지켜보고 있던 이씨 등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피해 학생의 가족은 주장했다.

 이때 당시 자리에 함께 있었던 기능반 1학년생인 B군의 친동생(17)이 재빨리 B군의 몸에 붙은 불을 끄고 119구급대에 신고했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B군은 응급처치를 받고 다시 부천 화성전문병원으로 옮겨졌다.오른쪽 다리에 2도화상 진단을 받는 등 크게 다친 B군은 지난 16일과 27일 화상 부위에 두차례에 걸쳐 피부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후배 실습을 도와주려 갔다가 장난삼아 했다”고 말했다.

 피해학생 가족은 사고 당일(7일) 119에 신고했는데도 경찰엔 신고가 안돼 4일이 지나서야 뒤늦게 경찰에 고소장을 내 수사착수가 이뤄졌다며 경찰 조치에 불만을 토로했다.

 또 운동장으로 솔벤트통(케첩용기 크기)을 들고 나와 B군에게 기름을 뿌린 가해자가 이씨와 재학생 2명 등 모두 3명인데,경찰과 학교 측이 이씨 한명만 가해자로 몰아 사건을 왜곡 축소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이 인화성물질인 솔벤트와 실습용 차량을 재학생뿐 아니라 외부인도 손쉽게 취급할 수 있도록 사실상 방치,이번 사고가 난 것이라고도 했다.

 B군의 고모부는 “이번 사건은 인화성물질을 사람에게 뿌려 중화상을 입힌 테러”라며 “재학생 두명도 솔벤트를 뿌린 가해자인데 경찰 수사가 사실과 다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를 위해 조만간 경찰과 검찰,교육청에 추가 고소장과 진성서를 내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졸업생 이씨가 기능올림픽 국내 선발전을 준비하는 후배들을 도와주려고 왔다가 도를 넘는 철없는 행동으로 후배에게 피해를 입힌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2차 이식수술을 받은 피해자의 가족으로부터 추가로 피해진단서를 제출받아 이번 주 안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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