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금강산관광 중단 2년…“잊고 살아야지요”

<르포> 금강산관광 중단 2년…“잊고 살아야지요”

입력 2010-07-08 00:00
업데이트 2010-07-0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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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점 159개 휴.폐업,경제적 손실 585억

“금강산 관광,그거 언제 재개되겠어요..잊고 살아야지요”지난 2008년 7월 북한군에 의한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

 한때 남북화해의 상징으로 주목받던 금강산 관광이 오는 11일로 중단 2년을 맞는다.

 관광중단 2년이 지나면서 이제나저제나 관광재개를 고대했던 고성지역 주민들의 바람은 이제 포기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관광중단 때문에 경제적인 피해를 본 관련 분야의 업소들은 여전히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7일 기자가 찾아간 금강산 관광의 길목이자 동해안 최북단에 있는 명파리 마을.

 마을 한복판으로 난 2차선 좁은 도로에는 이따금 지나가는 군 차량만 보일 뿐 금강산 관광차량으로 혼잡스러웠던 2년 전의 모습은 애써 떠올리기조차 힘들었다.

 통일전망대를 다녀가는 관광객이 상당수 있지만 대부분 마을을 그대로 통과하는 바람에 도로 옆 몇 개 안 되는 식당을 찾는 손님이 거의 없어 내내 썰렁하기만 했다.

 허름한 동네 상점을 지키고 있던 한 할아버지는 “관광차량이 지나다닐 때는 그래도 오다가다 들리는 외지손님들이 있었지만 요즘 물건 사러오는 사람은 동네주민들밖에 없다”고 관광중단 이후의 분위기를 전했다.

 관광중단으로 문을 닫은 마차진리의 한 식당은 폐가가 되다시피 했고 영업을 중단한 인근 또 다른 횟집도 여전히 문을 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화진포호수 인근의 한 식당 주인은 “피서철이 시작되면서 손님들이 조금씩 늘어나고는 있으나 예전만 못하다”며 “지역경제가 하루빨리 금강산 관광중단 여파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거진읍에서 건어물상을 하는 박모(54)씨는 “북한은 금강산에 있는 남한 정부와 기업들의 자산을 동결하고 몰수까지 하지 않았느냐”며 “이런 분위기에서 관광재개에 대한 기대를 거는 것은 무리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관광이 재개될 때는 되더라도 언제까지 기대만 걸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관광중단 쇼크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고성군도 관광중단 장기화로 침체된 지역경제에 대한 특별지원을 정부에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고성군이 지난 5월 내놓은 분석자료에 따르면 관광중단 이후 고성지역에서는 159개의 음식점이 휴업하거나 폐업했고 숙박업소와 납품업체들의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그동안 585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외지로 나가는 실직 가장들이 늘어나면서 지난 2008년 6월 1천282명이던 홀로 사는 노인 수가 지난 4월에는 1천830명으로 증가했으며 저소득 한부모 가정도 83가구에서 91가구로 늘었다.

 지방세 체납액도 급격하게 늘어나 지방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고성군은 실직자 구제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예산지원을 정부에 요청했다.

 고성군은 “금강산 관광중단으로 450여명의 실직자가 발생했고 이로 인한 인건비 손실도 146억원에 달하고 있다”며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일자리 창출에 22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나 올해 확보된 예산은 100억원 밖에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고성군은 침체된 지역경제를 일으키고자 자매도시인 러시아 라조브스키로부터 명태 수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거진항 항만시설 확충과 수산물냉동창고 건설 지원을 건의하는 한편 명태가공단지 조성에 필요한 특별교부세 지원도 요청할 계획이다.

 황종국 군수는 “금강산 관광중단이 장기화 되고 있는데다 관광중단에서 발생된 여파가 여전히 지역경제에 발목을 쥐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며 “정부차원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고성=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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