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재 의원 사절단서 빠지자 “부속실 난리”
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처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단골로 이용한 성형외과인 ‘김영재의원’의 김영재 원장은 최씨와의 인연으로 서울대병원 외래교수에 위촉됐고, 청와대의 도움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등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 ‘비선 진료’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한 것”이라면서 김 원장에 대한 청와대의 특혜 제공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런데 김영재의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 상황이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48·구속기소) 전 비서관이 있던 청와대 부속실에까지 ‘직보’(직접 보고)된 정황이 포착됐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녹취파일에서 이런 정황이 발견된 것이다. 조 전 수석은 2013년 3월~2014년 6월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다.
9일 JTBC ‘뉴스룸’에 따르면 2014년 9월 문형표(61·구속)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대규모 의료 사절단을 이끌고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했다. 양국 간 보건의료 협력사업 체결이 방문 목적이었다. 당시 사절단에 참가한 국내의 한 유명 성형외과는 중동 현지 회사와 뷰티센터 건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김영재의원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 부속실에서 “난리가 났다”고 말하는 내용이 조원동 전 수석의 녹취파일에서 발견됐다. 조 전 수석은 녹취록에서 “나중에 (UAE) 간 게 신문에 나고 이러니까. (중략) 김영재가 아니고 다른 성형외과였거든. 그러니까 청와대 부속실에서 난리가 난 거지. 부속실에서 ‘도대체 이게 뭐냐’···”라고 말했다.
위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 자신으로부터 김영재의원의 중요성을 인수인계받은, 후임 안종범(58·구속기소) 전 경제수석(나중엔 정책조정수석)의 책임이라고 조 전 수석이 지적하는 내용도 녹취파일에 등장했다. 안 전 수석은 2014년 6월~2015년 5월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재직했다. 즉 김영재의원이 의료사절단에서 제외된 일은 안 전 수석 재직 기간 중에 발생한 일이다.
조 전 수석은 “(내가) 따지기 시작하니까 안종범은 자기는 옛날에 나한테 들은 것은 있지만, 이게 자기도 업무 해태를(업무를 게을리) 한 거지. 그렇지. 어찌 보면”이라고 전했다.
김영재의원이 사절단에서 누락된 책임을 보건산업진흥원의 정기택 전 원장이 뒤집어썼다는 대목도 나왔다. 조 전 수석은 “그래서 그걸(김영재의원의 사절단 누락 책임) 누구한테 뒤집어씌웠느냐면 보건산업진흥원장인 정기택한테 뒤집어씌우고 그랬단 말이야”라고 밝혔다.
실제로 정 전 원장은 지난달 14일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복지부 인사 담당자가 제게 찾아와서 ‘위(청와대)의 뜻’이니 거취를 결정해달라고 했다”고 말한 바 있다.
문형표 전 장관도 김영재의원의 의료사절단 누락 사실로 장관직에서 물러난 정황도 포착됐다. 녹취록에서 조 전 수석은 “정기택 원장은 사표를 받고 거기에서 아웃시키고, 그 다음에 문형표는 좀 있었지. 있다가 한 3개월 뒤에 다른 일을 물어서 걔를 장관에서 내쫓지”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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