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박근혜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6 전국 지방문화원장과의 오찬에 참석해 이경동 한국문화원연합회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박 대통령과 여야 3당 지도부간의 지난 13일 회동 발표사항 중 하나인 ‘님을 위한 행진곡’ 문제에 대해 국가보훈처가 야당의 요청을 수용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협치 파기’라고 강력 반발했으나 청와대는 별다른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보훈처 결정에 재고를 요청하면서 정국이 복잡해지고 있으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할 말 없다”라면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의 이런 반응에는 이번 사안이 정부부처인 보훈처가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 사안으로 청와대가 직접 나설 문제는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게다가 청와대가 이번 논란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향후 국정운영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보훈처 결정에 공감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보훈처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결정할 경우에도 이에 대한 반발이 나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정부 결정이 국론 분열의 단초가 될 수 있는 만큼 보훈처가 그런 부분을 다 고려해서 판단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다.
한 관계자는 “입장을 변경하면 분열과 갈등이 있으니 그런 상황에서 보훈처가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의 대응 자제 기류에는 국회와 대립각을 만들지 않겠다는 판단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야의 주장을 정면 반박할 경우 지난 13일 회동으로 어렵게 마련한 협치의 틀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야당 주장을 다 수용하는 것이 협치냐”면서 야당의 협치 파기 주장에는 불편한 속내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협치에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과정으로 대화를 통해 푸는 것이 협치”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님을 위한 행진곡’ 문제에 대해 주말 사이 참모진을 비롯해 여러 경로를 통해 의견을 청취하며 고심했고, 국가보훈처는 국론분열 우려 때문에 불가피하게 현행 유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님을 위한 행진곡’이 대한민국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임에도 불구, 야당의 요구를 바로 거절하지 않고 고심을 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현재로선 청와대는 ‘님을 위한 행진곡’ 보훈처 결정 재고 가능성에 부정적인 모습이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여러 검토 끝에 내린 결정을 번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 일각에는 ‘님을 위한 행진곡’ 문제가 5·18 기념식을 앞두고 불거졌으며 전국민적 관심사는 아닌 만큼 단발적인 이슈로 끝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야당의 보훈처장 해임촉구결의안 추진에 대해서도 ‘정치 공세’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이 선거 이후 경제·안보 행보를 가속화하는 시점에 ‘님을 위한 행진곡’ 문제가 돌출, 국정 추진의 장애물이 된 것에 대해서는 “답답하다”는 말이 들린다.
청와대에서는 여당이 ‘님을 위한 행진곡’ 문제와 관련해 재고를 요청했지만, 보훈처장 해임촉구결의안 논란 등에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대한 여당의 비판에 대해선 불편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참모는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진 인사에 대해 여당에서 그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한편 오는 18일 청와대에서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주재하는 박 대통령은 올해 5·18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 기념식에 참석했으나 2014년과 2015년 기념식에는 각각 정홍원 국무총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참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