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인사’ 배경·정국 전망
정치권 교체 요구 전 미리 단행靑 내부서도 “전혀 예상 못 했다”
국정 지지도 회복세 더 빨라질 듯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정치 행보에서 기민함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초청 오찬 간담회, 지난 13일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에 이어 15일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발표되자 청와대 내부에서도 “예상보다 빠르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총선 직후 “민의를 겸허히 수용하고 20대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첫 반응이 나올 때만 해도 여권 내부에서조차 ‘부족하다’는 평가와 함께 “총선 패배 수습이 쉽지 않겠다”는 우려가 많았다.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정권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15일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지명된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이 2013년 7월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지역발전위원회 참석을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
연합뉴스
연합뉴스
박 대통령이 보인 일련의 정치 행보는 “피동적이거나 수동적인 위치에 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예컨대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협치’의 틀을 ‘선제적으로’ 제시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3당 정책위의장 간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 개최 방안은 참모진과도 미리 공유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안보 분야에서 야당에 정보 공유를 활성화하겠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날 인사 역시 정치권에서 교체를 요구하기 전에 미리 단행했다. 정치 행보 외에서도 박 대통령은 상시 일정을 통해 안보와 정책 관련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져 왔다.
게다가 이 실장이 충청 출신이라는 점은 정치적 함의가 적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에, 마침 이날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김용태 의원 등 여권의 핵심 포스트가 모두 충청권 출신이다.
청와대는 앞으로 여권 내부에서의 질서 재편, 야당과의 협치에서 총선 직후의 예상보다는 좀더 유리한 위치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 지지도의 회복세가 더 빨라지면서 여권뿐 아니라 3당 체제의 정치권에서도 일정한 영향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인사 개편이 개각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등으로 시간을 낭비할 수 없을 만큼 현 경제 및 외교안보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고 있다. 사회 분야에서 일부 인사 요인이 제기되고 있으나 문을 닫으려는 19대 국회에 인사안을 제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종합적으로 볼 때 박 대통령은 4·13 총선 이후 위기 극복에 있어 ‘모멘텀’을 잃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고비는 넘겼다’는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총선 후 한 달여 만이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2016-05-16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