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탈북종업원 가족 서울보내겠다” 일방통보…여론전 속셈

北 “탈북종업원 가족 서울보내겠다” 일방통보…여론전 속셈

입력 2016-04-22 16:32
업데이트 2016-04-2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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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동요 막으려 대내용 매체에는 관련 보도 통제

북한이 최근 탈북해 우리 품에 안긴 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납치로 끌려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갈수록 대남 공세 수위를 높이는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 리충복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위원장은 탈북 종업원의 가족들을 서울로 보내겠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김성주 대한적십자사(한적) 총재 앞으로 보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하지만 한적이나 우리 통일부는 이날 오후까지도 북한으로부터 통지문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리 위원장은 중앙통신이 일방적으로 보도한 통지문에서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에 대해 “국정원 깡패들이 중국 현지의 거간꾼들과 공모하여 납치해갔다”고 주장하면서 “우리측 가족들이 판문점을 통해 서울에 나가 자식들과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필요한 실무적 조치를 즉각 취하여야할 것”이라고 한적 측에 요구했다.

서울에서 종업원과 그 가족들을 함께 공개 기자회견장에 내세운다면 자유의사에 의한 탈북인지 아니면 유인납치인지가 밝혀질 수 있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전날 북한은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같은 요구를 하더니 이번에는 지난해 10월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김 총재를 만난 적이 있는 리 위원장까지 전면에 내세웠다.

통일부가 전날 북한 측의 대변인 성명이 나온 뒤 즉각 “(탈북 종업원 가족간 서울 면담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북한은 막무가내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중국 닝보(寧波)의 류경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한 지 닷새 뒤인 지난 12일 처음 공식반응을 내놓을 때만 해도 “전대미문의 유인납치행위”라고 주장하며 즉각 송환만을 요구했을 뿐이다.

그러다 얼마 전 북한의 일방적 통보로 남북간 대화 채널조차 완전히 단절된 상황에서 북한이 갑자기 ‘탈북종업원 가족간 서울 면담’ 카드를 꺼내 든 것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귀순한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납치한 것’이라는 자신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에 퍼트리기 위한 여론전의 하나로 보인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여론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수를 쓴 것”이라며 “현 남북관계 상황에서 불가능한 요구를 하면서 명분을 쌓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당 대회를 앞두고 주민들의 동요를 막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 사실을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함구하고 있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로 집단 탈북과 관련한 북한의 보도는 대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 평양방송, 조선의오늘 등을 통해서만 나올 뿐 조선중앙TV나 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주민들의 접할 수 있는 매체에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종업원 집단 탈북 소식을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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