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日, 먼저 국장급 대화 제의… 日대사관 통해 사과받았다”

외교부 “日, 먼저 국장급 대화 제의… 日대사관 통해 사과받았다”

박기석 기자
입력 2019-11-25 23:58
수정 2019-11-26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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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지소미아’ 충돌 일단 숨고르기

외교부 “연기 전날 WTO 제소 중지 논의”
日 “한국이 먼저 중지 판단” 주장에 반박

日관방장관·경제산업상 “사죄한 적 없다”
靑 “日 사과했다… 한일 언론이 논란 키워, 시간 끌면 종료… 조건부 유예 레토릭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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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일본을 찾은 왕이(왼쪽)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5일 일본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도쿄 AFP 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일본을 찾은 왕이(왼쪽)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5일 일본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도쿄 AFP 연합뉴스
한일 양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조건부 연기 관련 합의를 두고 25일 이틀째 진실 게임을 이어 갔다. 전날 청와대가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22일 한일 합의 이후 왜곡·부풀리기식 발표를 했으며 한국 측의 항의에 대해 사과했다고 밝힌 데 대해 일본 정부는 이날 사과한 적도 왜곡 발표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직격탄을 날린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대응 수위는 높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일 간 진실게임은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사과했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에 대해 “한국 측의 발언 하나하나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어쨌든 (일본) 정부로서 사죄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 가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상도 “생산적이지 않으므로 논평을 삼가겠다”면서도 사죄한 사실이 없다고 반응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일본 측이) 경산성에서 부풀린 내용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당국자가 익명으로 요미우리신문의 취재에 응하는 형식으로 “사죄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아울러 스가 장관은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와 관련, “지소미아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수출 관리에 관해서는 한국으로부터 세계무역기구(WTO) 프로세스를 중단한다는 통고가 있었다는 것을 수용해 앞으로 관계 당국 간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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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산업성이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측과 논의를 주고받은 직후인 11월 22일(금) 18시 7분, 한국을 향한 수출 관리에 관해 수출관리 정책 대화 재개 및 개별심사 대상 3품목의 취급에 관한 앞으로의 방침을 발표했다”고 지난 24일 밤 공개한 트윗. 일본 경제산업성 트위터 캡처
일본 경제산업성이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측과 논의를 주고받은 직후인 11월 22일(금) 18시 7분, 한국을 향한 수출 관리에 관해 수출관리 정책 대화 재개 및 개별심사 대상 3품목의 취급에 관한 앞으로의 방침을 발표했다”고 지난 24일 밤 공개한 트윗.
일본 경제산업성 트위터 캡처
정 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경산성의 22일 발표는) 우리 측이 사전에 WTO 절차 중단을 통보해서 협의가 시작된 것이라는 설명인데, 아니다”라고 반박한 바 있지만, 스가 장관이 경산성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일본의 거듭된 강변에 한국 정부는 ‘거짓’이라는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 측이 먼저 WTO 제소 중지를 결정했다는 건 완전한 거짓말”이라며 “WTO 제소를 중지한다는 논의는 (지소미아 조건부 연기 결정 당일인) 지난주 금요일에 비로소 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일본 측은 지소미아 종료 1주일 전쯤 이미 수출관리 국장급 정책대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일본이 자국의 수출관리 국장급 정책대화 제의와 한국의 WTO 제소 중지 논의의 선후를 의도적으로 바꾼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더해 외교소식통은 “(경산성의 발표에 대해) 외교부가 주한 일본대사관을 통해 항의했고, 일본 정부의 사과를 일본대사관을 통해 받았다”고 밝혔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우리 측은 일본에 항의했고 일본 측은 사과했다”며 “어제 정 실장의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 누구도 우리 측에 ‘사실과 다르다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고 얘기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진실게임은 일본과 한국의 언론이 만들어 내고 있다. 일본 측이 사과한 적이 없다면 공식 루트를 통해 항의해 올 것”이라며 “요미우리신문의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청와대 관계자는 “조건부 유예는 ‘레토릭’이 아니다. 만일 일본이 강제징용 문제와 결부지어 시간끌기로 나선다면 지소미아는 종료되는 것이며, 협의 시한은 길게 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부산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2019-11-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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