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한국 외교관 추방’ 전말

리비아, ‘한국 외교관 추방’ 전말

입력 2010-07-27 00:00
업데이트 2010-07-2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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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의 한국 외교관 추방 사건은 ‘정보활동’을 둘러싼 양국의 평가와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 불미스런 일로 볼 수 있다.

 발단은 지난달초 리비아 당국의 스파이혐의 조사에서 시작됐다.리비아 보안당국은 주리비아 한국대사관 정보담당 직원의 활동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 그의 아들이 운영하는 조직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해당 직원을 구금,조사에 착수했다.국가원수 주변의 조직에 대한 사항은 리비아에서 ‘금기시된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현지 언론은 “이 직원이 카다피 원수의 국제원조기구 조사와 아들이 운영하는 조직에 대한 첩보활동을 한 혐의를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해당 직원의 정보활동은 북한과 리비아간 방산협력과 관련된 통상적 활동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는게 정부당국자들의 설명이다.정부 고위당국자는 “우리의 정보활동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주리비아 한국대사관의 정보담당관이 북한 또는 방산협력 관련 정보를 수집했는데 리비아 측에서 다른 방식으로 오해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리비아 보안당국이 자국의 국가원수 등에 대한 첩보활동으로 오해했다고 얘기다.

 그러나 리비아측의 오해는 풀리지 않았다.해당 직원은 같은달 15일 급기야 ‘비우호적 인물(persona non grata)로 통보받았다.이어 72시간 이내 출국해야 하는 관례에 따라 18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어 닷새 뒤인 같은 달 23일에는 주한 리비아경제협력대표부 직원 3명을 모두 본국으로 불러들였다.비자발급 등 영사업무가 중단된 것은 이때부터다.

 급기야 정부는 지난 6일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급히 대통령 특사로 파견했다.최고위층을 설득하려면 현 정부의 실세인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 의원이 ’해결사‘로 나선 셈이다.

 이 의원은 13일까지 현지에 머물며 바그다니 마흐무디 리비아 총리와 세 차례의 면담 등을 통해 리비아 정부의 오해를 풀기 위한 양국 정보당국간 협의를 약속하고 돌아왔다.그러나 최고 결정권을 가진 카다피 원수와의 면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정보 당국의 실장급 임원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지난 20일 현지로 가서 리비아 정보 당국과 1차 협의를 마치고 이날 현재 현지에서 리비아 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리비아에서 활동하던 선교사 구모씨가 지난달 15일 리비아 관계 당국에 구속된 데 이어 구씨의 활동을 돕던 한국인 농장주 전모씨가 지난 17일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이번 외교관 추방사건과의 연관성이 주목받고 있다.

 이슬람 국가인 리비아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종교 선교사를 구속하거나 법적으로 제재하는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게 소식통들의 관측이다.

 다른 소식통은 “리비아 측이 구씨와 전씨에 대한 영사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계속 붙잡고 있는 것 자체가 한국 정부에 대한 불편한 심기의 표출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관이 비우호적 인물로 규정돼 추방된 것은 외교적으로 매우 불미스러운 사건이다.

 지금까지 한국 외교관이 추방된 것은 1998년 7월 한.러시아 외교관 맞추방 사건이후 두번째다.당시 주러시아 대사관 참사관과 주한 러시아 대사관 참사관이 양국 정부로부터 ’비우호 인물‘(persona non grata)로 규정돼 서로 추방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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