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후 ‘일개 시민’으로 돌아왔던 김구…손자가 한 풀었다

광복 후 ‘일개 시민’으로 돌아왔던 김구…손자가 한 풀었다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5-11-23 22:39
수정 2025-11-23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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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 요인 환국 80주년 재현 행사
최고 예우 국가적 환영으로 의미 살려
김민석 “공식적으로 환영한다” 반겨
우원식 “아쉬움 달래고 의지 다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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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열린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 환국 재현’ 행사에서 임시정부 요인 후손들이 도열한 의장대를 사열하며 입장하고 있다. 2025.11.23 이지훈 기자
23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열린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 환국 재현’ 행사에서 임시정부 요인 후손들이 도열한 의장대를 사열하며 입장하고 있다. 2025.11.23 이지훈 기자


“나와 나의 동료는 모두 일개 시민의 자격으로 귀국했습니다. 동포 여러분의 부탁을 받아 가지고 노력했으나 결국 이와 같이 대면하게 되니 대단히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여러분은 나에게 벌을 주지 아니하시고 도리어 열렬하게 환영해 주시니 감격의 눈물이 흐를 뿐입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백범 김구(1876~1949)는 일제가 패망한 후인 1945년 11월 23일 C-47 수송기를 타고 김포비행장(현 김포공항)에 입국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그가 남긴 환국 첫 성명이다.

정부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임시정부 요인들의 환국 재현 행사를 23일 김포공항에서 열었다. 정부는 당시 국제정세로 인해 ‘일개 시민’의 자격으로 입국했던 이들의 숭고한 헌신과 환국의 역사적 의미를 알리고 정부 차원에서 최고의 예우와 존경을 표하기 위해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

행사에는 임시정부 요인 유족과 김민석 국무총리, 우원식 국회의장, 광복회원, 학생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예우를 표하는 차원에서 국방부 전통의장대, 육·해·공군 및 해병대 의장대의 사열도 진행됐다. 청자색 한복을 갖춰 입은 후손 17명은 오른손에 태극기를 들고 입국 게이트로 들어선 뒤 의장대의 사열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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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왼쪽) 국무총리와 우원식 국회의장이 23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열린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 환국 재현’ 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25.11.23 이지훈 기자
김민석(왼쪽) 국무총리와 우원식 국회의장이 23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열린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 환국 재현’ 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25.11.23 이지훈 기자


김구 선생의 친장손자인 김진 광복회 부회장은 “우리 동료는 일개 시민의 자격이 아닌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의 자격으로 오늘 당당하게 귀국했다”면서 “너무 감동적이고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윤기섭(1887~1959) 전 국회의원의 딸 윤한옥씨는 “아버지께서 고생만 하다 돌아가셨다. 아버지 생각을 하니 기쁘면서도 눈물도 난다”며 행사 내내 눈시울을 적셨다.

김 총리는 김 부회장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주며 반겼다. 김 총리는 “임시정부는 독립운동의 구심점이었고 우리 민족의 희망이었다”면서 “그러나 임시정부 요인들은 당시 국제정세 때문에 정부 자격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귀국해야만 했다. 광복 80주년을 맞는 오늘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의 환국을 공식적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어 “오늘 행사는 단지 과거를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열들께서 조국 땅을 다시 밟으며 다졌던 결연한 각오처럼 우리도 조국의 미래를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자리”라며 “우리는 이 힘과 자긍심을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열들께서 삶과 목숨을 바쳐 국민이 주인인 독립국가를 물려주셨듯 우리 또한 후손들에게 더 빛나고 더 영광스러운 대한민국을 물려주기 위해 다 함께 힘을 모아 나갈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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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23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열린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 환국 재현’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5.11.23 이지훈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23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열린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 환국 재현’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5.11.23 이지훈 기자


우 의장도 “환국은 우리 힘으로 쟁취한 광복의 상징이자 해외에서 이어온 독립운동과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조국 땅에 세우는 것이었다”면서 “우리 국민과 임시정부 요인 후손들이 함께 모여서 광복의 기쁨과 환국의 의미를 되새기는 그런 자리여서 더욱 뜻깊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정부가 마련하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장이 함께한 오늘 이 행사가 뒤늦게나마 그날의 아쉬움을 달래는 차원을 넘어 임시정부의 역할과 기여를 제대로 세우고 그 정신을 올곧게 계승해 나가겠다고 하는 우리의 의지를 굳게 다지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80년 전 임시정부 요인 환국이 그랬듯이 광복 80년 오늘 이 자리가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국민적 염원을 확인하고 함께 그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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