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불러야 협상”에 민주 소극 대응
과로사 상관없는 자동화센터 시찰 대체
환노위, 쿠팡 자회사 전무 증인 채택
19일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사측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기자회견에 참여한 대책위 관계자들이 ‘한진택배 규탄한다’는 내용의 손팻말 등을 들고 있는 모습.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지난 7일 국정감사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숨진 택배 노동자는 모두 세 명이다. 하루 14시간 이상 계속되는 과로를 견디며 생업을 이어 가다 목숨을 잃었다. 다른 기간도 아닌 국감 중에 노동자들이 잇따라 사망했지만, 국회는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해당 기업의 대표를 국감장으로 부르는 것을 거부했다.
19일 여야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는 쿠팡 풀필먼트 엄성환 전무를 오는 26일 환노위 종합국감의 새로운 증인으로 세우는 데 합의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이수진(비례) 의원 등이 잇따라 택배회사의 대표이사들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쿠팡의 전무를 부르는 것으로 갈음한 것이다.
여야는 또 CJ대한통운의 경우는 21일 강남물류센터를 비공개 현장시찰하는 것으로 증인 채택을 대신했다. 대표를 국회로 부르는 대신 의원들이 기업을 방문하기로 한 셈이다. 그러나 의원들의 현장시찰은 단 1시간에 불과하다. 찾는 곳도 장시간 노동의 주범인 분류 작업 현장이 아닌 노동자가 별로 없는 자동화 센터다. 몰려드는 택배 물량을 감당하지 못해 허리를 다치고 쓰러지는 현장이 아니라 엉뚱한 곳을 시찰하기로 한 것이다. 한진택배 증인은 아예 명단에서 빠졌다.
왜 증인채택 협상이 파행했는지는 이날 환노위 국감 막바지에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드러났다.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에서 탈당한 이상직 의원을 겨냥해 “이스타항공 관련 증인을 불러야 협상할 수 있다”고 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지 않았다. 보다 못한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이 의원과 한진·CJ대한통운 대표이사 모두 부르면 되지 않나”라고 다그쳤지만 성과는 없었다.
기업들은 대표이사가 국감에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과 보좌진을 대상으로 1년 내내 상시적인 로비를 벌인다. 게다가 여야가 서로 정무적 유리함을 앞세워 증인 채택을 협상 카드처럼 쓰면서 꼭 필요한 기업인 출석마저 성사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2020-10-20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