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만들어 준 유엔 총장”...배신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에 크게 신경 안 쓴다던 야권 내부 곳곳에서 ‘반기문’의 흔적이 묻어나고 있다. 이른바 ‘반반(反潘·반기문) 전선’이 구축되는 흐름이다.야당은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을 때 공식 대응을 자제했다. 크게 괘념치 않는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야당 인사가 모이는 자리마다 반 총장은 단연 화제로 떠올랐다. 특히 김종필(JP) 전 국무총리 예방과 경남 안동 방문 등 반 총장의 심상치 않은 광폭행보가 이어지고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압도적인 격차로 1위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야권은 반 총장을 ‘평가 절하’하는 방식으로 공세에 나섰다. 반 총장의 ‘조기 등판’이 야권에 유리했던 대선 주자 구도를 흔들만큼 충격파가 크기 때문이다. 여권 지지층의 결집도 야권으로선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반 총장의 출국에 맞춰 대변인 공식 반응을 내놨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다음 대통령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정치적 상상력으로 새로운 시간과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반 총장이 여기에 부합되는 분인지 좀 더 검증이 필요하다”며 “부디 현재 유엔 총장으로 세계의 평화, 인권, 분쟁 해결에 진력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장정숙 원내대변인도 “임기가 이제 7개월 밖에 남지 않은 반 총장이 성공한 외교관으로서, 또 중립적이어야 할 국제기구의 수장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란다”며 “세계인들과 국민은 그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기대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당 지도부에서도 반 총장에 대한 언급이 쏟아졌다. 특히 “참여정부가 만들어준 유엔 사무총장인데, 여당으로 갔다”는 ‘배신감 어린 감정’도 묻어났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오찬 간담회에서 “외교 공무원으로서 훌륭한 분이고, 사람은 좋은 분”이라면서도 “현실정치에 오면 외교관의 문법으로 대한민국 정치에서 적응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과 추억을 간직한 채 여당으로 가실 것”이라고도 했다.
참여정부 내각에 함께 몸담았던 정세균 전 대표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 총장의 대권 행보는 대한민국 체면을 손상시키는 일”이라며 “내각에 함께 있을 당시 이 분이 대한민국을 책임질 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우원식 의원도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의 조급증이 반 총장을 너무 빨리 불러낸 것”이라며 “국제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새누리당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도 “진정성이 있다면 아무리 바빠도 봉하마을을 꼭 방문했어야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유엔 사무총장을 다 만들어 줬는데, 정치적 도의나 상도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 총장이 너무 나간 것 같다. 청와대와 여권이 만들어준 꽃가마를 탄 기분이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검증하면 좋은 평가가 나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과 만나 ‘반기문 효과’에 대해 “새로운 후보가 나오면 잠식 당할 수도 있고 반대로 올라갈 수도 있지만, 지금은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항상 ‘밴드왜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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