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필리버스터 강제종료’ 투표 사전교육까지

민주당, ‘필리버스터 강제종료’ 투표 사전교육까지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12-13 22:44
업데이트 2020-12-13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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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법 필리버스터 종결 후 향후 대책 논의하는 이낙연
국정원법 필리버스터 종결 후 향후 대책 논의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3일 오후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결 찬반 투표가 가결된 뒤 향후 대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2020.12.13
연합뉴스
60시간 넘게 이어진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범여권의 압도적인 의석 수에 무릎 꿇고 말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열린민주당과 무소속 의원들까지 끌어모았고, 행여 실수로 무효표가 나올까봐 ‘투표 교육’까지 하며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강제종료시켰다.

이날 오후 8시 10분쯤 박병석 국회의장은 무제한 토론 중이던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에게 토론중단을 요청하고, 강제종료 표결을 선언했다.

국민의힘, 강제종료 표결에 일제히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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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퇴장한 가운데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
국민의힘 퇴장한 가운데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 13일 저녁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의 강제종료 여부에 대한 표결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 2020.12.13
연합뉴스
약 4시간 33분째 발언하던 윤 의원은 마지막으로 “(국정원법 개정안의) 문제점이 뭐가 있는지 다시 살펴보시고, 머리를 맞대서 합의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게 해주시기를 간곡하게 요청드린다”며 단상을 내려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주먹인사’ 등으로 윤 의원을 격려한 뒤 일제히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민주당, 열린민주당·무소속 등 범여권 181석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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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 참석한 윤미향
본회의 참석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결 찬반 투표를 위해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0.12.13
연합뉴스
필리버스터를 강제종료하려면 재적의원의 5분의 3(180석)이 찬성해야 한다.

174석을 보유한 민주당으로선 최소 6석을 더 모아야 했던 상황.

‘권력기관 개혁3법’과 관련해 민주당과 발을 맞춰온 열린민주당(3석)을 합쳐도 3석이 모자랐다.

특히 정의당이 필리버스터 종료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에 민주당에겐 여유가 없었다.

민주당은 여권 성향 무소속 의원에 시대전환·기본소득당까지 동원해 181석을 모았다. 민주당 내에서 반대 또는 무효표가 나올 가능성까지 대비한 것이다.

무기명투표 ‘수기’ 원칙에 ‘사전교육’까지
표결 직전 비대면 화상 의원총회에서 김태년 원내대표와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들에게 “한 사람도 빠짐없이 투표하라”고 거듭 당부했다.

투표와 관련해 ‘사전교육’도 이뤄졌다.

필리버스터 강제종료 투표는 무기명으로 이뤄지는데, 본회의의 무기명투표는 한글 또는 한자로 ‘가·부’(可·否)를 정확히 적어야 한다.

흔히 일상생활에서 찬반 투표를 하듯 동그라미(○)·가위(×)로 표시해도 안 되고, 가·부(可·否)를 정확히 적고 문장부호만 추가해도 무효표가 된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찬성표가 무효표로 처리되지 않도록 “추가로 점을 찍으면 무효표가 된다” “아예 한자를 쓰지 말아라” 등 상세히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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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 본회의 통과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 본회의 통과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재적 187명 중 찬성 187표로 통과되고 있다. 이날 국가정보원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투표를 통해 종료된 뒤 국가정보원법에 대한 투표가 실시됐다. 202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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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약 40분간 이어진 무기명 투표 결과, 찬성 180표로 필리버스터 강제종료를 위한 의결정족수(재적의원 5분의 3·180석)를 아슬아슬하게 채웠다.

이로써 사흘 전 10일 오후 3시쯤 이철규 의원부터 시작된 약 60여 시간의 무제한 토론은 즉시 종료됐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필리버스터가 표결에 의해 강제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호영 “의석 수로 야당 입까지 틀어막아”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강제중단 표결 후 취재진에게 “여당이 의석의 힘으로 야당의 입까지 틀어막는 난폭한 일을 했다”며 “호기롭게 해보라더니 불리한 상황이 나오자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내세웠다”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무제한 토론이 종료되자 곧바로 진행된 ‘국정원법 개정안’은 표결 결과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재석의원 187명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주 원내대표는 법안을 통과시킨 민주당을 향해 “청와대의 2중대일 뿐 도저히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 태도를 갖고 있지 않은 정당”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대북전단금지법’도 필리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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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무제한 토론하는 태영호 의원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무제한 토론하는 태영호 의원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202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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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다음 안건인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첫 주자는 탈북민 출신인 태영호 의원이었다.

태영호 의원이 토론을 시작하자 민주당 의원 대다수가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발언을 준비하던 태영호 의원은 박 의장마저 퇴장한 것으로 착각했다가 박 의장이 “토론을 시작하라”고 말하자 “(민주당 의원들과) 같이 나가신 줄 알았다”며 멋쩍어하기도 했다.

태영호 의원이 토론을 시작한 지 약 5분 후 박 의장은 민주당이 ‘토론종결 동의서’를 제출했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24시간 후인 오는 14일 저녁 이후 토론종결을 위한 표결이 한번 더 이뤄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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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일부개정안 무제한 토론 종결동의서 제출
민주당,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일부개정안 무제한 토론 종결동의서 제출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이 13일 국회에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일부개정안 무제한 토론 종결동의서를 국회 의사과에 제출하고 있다. 202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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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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