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두손 든 與…낙태죄 폐지는 답할까

차별금지법 두손 든 與…낙태죄 폐지는 답할까

신형철 기자
입력 2020-10-08 16:07
업데이트 2020-10-0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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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발의 안 한 더불어민주당
낙태죄 폐지 여성계 요구에는 답할까
공동발의자 10명 모을 수 있을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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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연합뉴스
낙태죄 완전폐지에 대한 선택권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게 쥐어졌다. 정부가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만 낙태를 허용하는 안을 입법예고했는데, 여성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가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여권 일부 의원들이 시민사회의 뜻에 동조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이 주저하고 있어 의원입법이 이뤄질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지난 7일 정부는 국회에 형법·모자보건법 입법예고안을 제출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최소한으로 반영해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했다. 또 임신 중기인 24주까지는 유전적 질환, 성범죄, 사회·경제적 사유 등이 있을 경우 낙태가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가 규정된 지 66년 만에 모든 낙태를 처벌하는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개정안이 낙태를 부분 허용하면서도 형법상 처벌 조항을 존치하는 것에 낙태죄 폐지를 요구해 온 여성계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가 입법예고 기간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달라”며 “개정안이 제출되면 임신 당사자인 여성과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올해 내 입법하겠다”(허영 대변인 논평)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상태다.

당장 여당 내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법사위 소속 박주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법무부의 입법예고안은 낙태죄를 오히려 공고화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이후 법안 발의와 심사를 통해 형법에서 낙태죄를 완전히 들어내겠다”고 밝혔다. 여가위 간사인 권인숙 의원 역시 전날 “위헌성을 인정받은 낙태 처벌 규정을 되살려낸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며 여성이 안전하게 임신 중단 또는 지속을 선택할 수 있는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형법, 모자보건법(낙태) 개정 입법예고안 강력규탄’ 기자회견에서 낙태죄 완전 폐지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형법, 모자보건법(낙태) 개정 입법예고안 강력규탄’ 기자회견에서 낙태죄 완전 폐지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정의당도 정부 방침에 반대 입장을 강하게 밝혔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고 자처했던 문재인 정부가 여성인권을 퇴행시키는 행태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은주 의원이 대표발의하는 형법 일부개정안과 모자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조만간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종교계 등의 반발로 대부분의 현역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것을 주저하고 있어 발의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도 “어려운 문제다. 정부가 입법을 한 것을 중심으로 논의해야한다”며 말을 아꼈다.

낙태죄 폐지안에 발의조차 실패한다면 젠더와 관련한 진보적 의제에 정부여당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낙태죄 완전 폐지에 대한 시민사회의 요구는 수십년째 이어져왔지만 20대 국회에는 정의당 소속 이정미 전 의원만이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21대 국회에서는 아직 누구도 발의하지 않았다. 이번 국회에서는 권인숙, 박주민 의원만이 발의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차별금지법도 비슷한 상황이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운데 민주당에서는 권인숙, 이동주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시민사회의 반발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날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회원들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형법, 모자보건법(낙태) 개정 입법예고안 강력규탄’ 기자회견에서 낙태죄 완전 폐지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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