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결 직전 쏟아지는 ‘깜깜이 수정안’…이러려고 패트하나

표결 직전 쏟아지는 ‘깜깜이 수정안’…이러려고 패트하나

이근홍 기자
입력 2019-12-30 17:16
업데이트 2019-12-3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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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 330일 뭉개다 막판 짬짜미…“제도 보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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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의장 막아선 한국당
문 의장 막아선 한국당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문희상 국회의장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막고 있다. 2019.12.27 연합뉴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검찰 개혁안이 연말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정국까지 거치며 국회 문턱을 넘고 있지만 막판에 쏟아지고 있는 ‘깜깜이 수정안’으로 인해 패스트트랙 도입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생에 꼭 필요한 법안이 정쟁에 발목 잡히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한 패스트트랙이 ‘여야 짬짜미’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 극렬히 반대하는 가운데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쪼개기 임시국회’를 통해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하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게임의 룰’인 선거법 등을 여야 합의없이 처리하는 것도 문제지만, 일각에서는 패스트트랙 법안 표결 직전 국민은 내용도 잘 모르는 수정안이 잇달아 발의되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패스트트랙은 특정 정당의 반대로 필요 법안이 처리되지 않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상임위원회 심의(180일), 법제사법위윈회 체계자구 심사(90일), 본회의 부의(60일) 등 최장 330일의 숙려기간을 거치면 패스트트랙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패스트트랙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만큼 법안 처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그만큼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 최선의 법안을 도출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 패스트트랙 과정을 보면 여야는 상임위 단계에서의 논의에는 손을 놓고 있다 표결이 다가오면 급히 수정안을 만드는 식의 꼼수를 쓰고 있다. 올해 4월 발의된 선거법 개정안은 지난 23일 4+1 협의체 협상 끝에 수정안이 발의됐고, 3일 뒤인 27일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원안에서 수정안으로 바뀌며 75석이었던 비례대표 의석수는 기존과 동일한 47석으로 축소됐고, 군소야당이 원했던 석폐율제는 제외됐다. 비례성 확대라는 법 개정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도 올해 4월 발의된 후 잠들어 있다 본회의 표결이 임박한 지난 24일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해야 한다’ 등의 조항이 추가된 수정안이 갑작스레 발의됐다. 이에 같은 4+1 협의체 내에서도 ‘독소조항’이 추가됐다는 비판이 나왔고,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28일 또하나의 수정안을 발의하는 촌극이 연출됐다. 최장 330일이나 되는 논의 기간을 활용하지 않고 있다가 표결 직전 각 정당의 이익을 법안에 담으려다 보니 급조된 수정안이 도출되는 것이다.

원안의 내용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뀌고, 국민은 커녕 국회 상임위에서 조차 공론화되지 않은 내용이 수정안에 담겨 처리되는 현 패스트트랙은 향후 보완할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3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패스트트랙에 330일의 숙려기간을 둔 건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 마지막 본회의에서 합의된 법안을 통과시키라는 것인데 지금은 막판에 각 정당의 이해관계가 담긴 수정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는 제도 취지와 전혀 맞지 않다”며 “앞으로는 상임위 단계에서 반영되지 않은 내용을 표결 직전 갑자기 수정안에 담을 수 없도록 하는 식으로 패스트트랙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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