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과거 주요 인사 망명시 어떤 반응 내놨나

북한, 과거 주요 인사 망명시 어떤 반응 내놨나

입력 2016-08-20 09:18
업데이트 2016-08-2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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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장승길에 ‘반역자·범죄자’ 매도…암살 시도도

종업원 집단탈북은 ‘납치’ 주장…‘태영호 귀순’ 관측 제각각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귀순에 대해 북한이 아직 ‘무반응’으로 나오면서 과거 주요 인사들이 망명했을 때 북한 당국이 어떻게 대응해왔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 최고위급 인사로 주체사상의 최고 이론가인 황장엽(2010년 작고) 전 노동당 비서가 지난 1997년 2월 우리나라로 망명하자 북한은 당시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북한은 처음에는 납치라고 주장했으나 황씨의 망명 사실이 알려진 지 닷새 뒤 북한 외교부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과의 회견을 통해 “황장엽이 망명을 추구했다면 그것은 변절을 의미하므로 변절자는 갈테면 가라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힌 것이다.

황씨를 변절자로 매도하면서도 ‘갈테면 가라’라는 대목에서는 그의 망명을 현실로 받아들이려는 의지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로부터 3년 뒤인 2010년에는 ‘민족의 반역자를 처단하라’며 남파간첩을 보내 그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황씨의 귀순과 같은 해 8월 장승길 당시 주 이집트 대사가 미국으로 망명하자 북한은 한술 더 떠 그를 ‘범죄자’로 몰아갔다. 그러면서 신변을 북한에 인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국무부의 망명 공식 발표 하루 만에 중앙통신과 한 회견에서 “전 이집트 대사 장승길과 그의 형인 전 프랑스 주재 총대표부 무역참사 장승호가 거액의 국가자금을 횡령하고 부패타락 및 주요 국가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지난 7월 말 전직에서 철직되어 법기관의 조사를 받기 위한 소환지시를 받은 상태에서 도주하였다”고 주장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이어 “범죄자가 도주한다고 하여 결코 지은 죄가 무마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범죄자 인도에 관한 국제법적 관행에 비추어 보더라도 범죄자들은 반드시 우리 공화국(북한)에 인도되어 마땅히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 북한의 긍정적인 면을 서방에 선전하는 역할을 했던 태 공사에 대해서도 북한이 반역자 또는 역적이라며 험담을 쏟아내거나 보복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기획 탈북’이라며 책임을 우리 정부에 떠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올해 중국 류경식당 종업원들이 집단탈북하자 “남조선 공작원에 의해 유인납치됐다”며 송환을 요구해온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일본 소재 조미평화센터 김명철 소장이 태 공사의 망명이 우리 정보 당국이 뇌물을 줬거나 강압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 점도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주민들에게 미칠 파장을 우려해 북한 당국이 침묵으로 일관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0일 “종업원 탈북과 달리 태 공사의 경우는 부각하면 오히려 ‘체제 존엄’에 해가 된다고 판단하고 역효과가 나지 않도록 관리에 주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태 공사의 귀순을 발표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북한 관영 매체는 이날 오전까지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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