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정진석, ‘우병우 대응’ 이견…투톱 공조 ‘균열’

이정현-정진석, ‘우병우 대응’ 이견…투톱 공조 ‘균열’

입력 2016-08-19 11:22
업데이트 2016-08-1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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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민심 전달하겠다”던 이정현, 우병우 거취엔 침묵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 문제를 놓고 새누리당의 ‘투톱’이 초반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원내 사령탑인 정진석 원내대표가 우 수석의 사퇴를 사실상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반면, 새누리호(號)의 새 선장을 맡은 이정현 대표는 이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며 가급적 말을 아끼는 등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19일 취임 후 처음으로 우 수석의 거취에 대해 언급하긴 했으나 진상 규명을 통해 문제가 드러난다면 물러나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는 청와대의 기존 견해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또 이 대표는 사정 당국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직을 유지한 채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질문에 대해 이번에도 침묵을 지켰다.

그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상 규명해서 문제가 나온다면 1초라도 기다릴 수 있겠느냐. 당연히 의법조치하고 자리에서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투톱의 이 같은 엇갈린 행보는 계파와 출신, 성향 등에서 태생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차이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지난 2004년부터 수족임을 자부해온 이 대표는 현 정부에서도 청와대 핵심 비서진(정무수석, 홍보수석)으로서 박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해온 최측근 중 한 명이다.

그런 만큼 박 대통령이 임면권을 가진 현직 청와대 핵심 참모의 거취를 이 대표가 직접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반면 정 원내대표는 계파상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고 당 밖에서 영입된 비주류 인사여서 아무래도 청와대와 관련된 각종 현안이나 당·청 관계 문제 등에서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평가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도 우 수석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이러한 견해를 이정현 대표,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에게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정수석 신분을 갖고 어떻게 검찰에 가서 조사를 받느냐”면서 “지극히 상식적 이야기를 한 것이고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고 새누리당 대다수 의원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우 수석이 직책을 계속한다는 것은 법리상, 국민정서상 불가하다”면서 “우 수석이 결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재원 수석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어제 오후 정 원내대표로부터 ‘우 수석이 사퇴하는 게 옳다는 뜻을 밝혔다’는 문자메시지가 와 곧바로 ‘언론에 말씀하신 것인지?’라고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면서 “잠시 후 정 대표가 ‘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먼저 언론에 밝혔고, 저는 방금 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고, 당 대표에게도 알렸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이 외에 따로 어제와 오늘 정 원내대표와 만나거나 전화 통화한 사실이 없고 우 수석의 거취 문제를 상의한 사실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 대표가 취임한 지 불과 열흘밖에 안 된 상황에서 벌써 투톱 간 균열이 드러남에 따라 앞으로도 정권 핵심부와 관련된 민감한 현안을 놓고 잦은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대표가 원내 사안은 정 원내대표에 일임한다고 했지만, 국회 운영과 관련해 원내 지도부와 청와대가 시각 차를 보일 경우 이들 투톱이 언제든 충돌할 여지가 없지 않다.

예컨대 당장 현안으로 다가온 ‘서별관 청문회’에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의 출석을 야권이 요구하는 것을 놓고도 투톱이 맞설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 원내대표는 정치 공세 차원이 아니라 꼭 필요하다면 두 인사를 증인으로 부를 수도 있다는 복안이지만, 이 대표는 원칙적으로 이를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대표도 ‘청와대 참모’ 출신으로서의 한계를 탈피할 시점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남 텃밭 정당’의 호남 출신이라는 독특한 강점을 가진 이 대표도 오랜 냉대와 고난을 뚫고 집권 여당 대표의 자리를 거머쥔 만큼, 언젠가는 독자적인 생존 루트를 찾아 나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에 당선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청와대와 정부가 민심과 괴리가 있다면 누구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통령과 청와대에 그런 내용을 전달하겠다”면서 “모든 판단의 기준은 국민이 퍼스트(먼저)”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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