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쿠바 독립영웅 언급하며 ‘마음의 문’ 두드려

윤병세, 쿠바 독립영웅 언급하며 ‘마음의 문’ 두드려

입력 2016-06-06 13:51
업데이트 2016-06-0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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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트롱 ‘인류를 위한 발자국’ 인용…“75분간 허심탄회” “쿠바측 매우 좋아했다”…“쿠바, 최상의 의전 제공”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 간의 한·쿠바 첫 외교장관회담은 상당히 진지하면서도 허심탄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즉 수교에 대한 우리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전달됐고 쿠바 측 역시 이를 진지하게 경청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30분으로 예정됐던 회담이 75분간에 걸쳐 이뤄진 것도 이례적이다.

양국간 첫 외교장관회담은 5일(현지시간)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의 관저와 주쿠바 외교공관들이 밀집한 아바나 시내 시보네이의 ‘컨벤션 궁’에서 이뤄졌다.

쿠바가 ‘형제국’인 북한을 의식한 탓인지 회담은 취재진에게 단 1분간만 공개됐다. 쿠바 측은 당초 한·쿠바 외교장관회담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언론에 공개되는 것에 대해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말로 이뤄진 윤 장관의 언급은 통역이 스페인어로 전달됐고, 로드리게스 장관의 스페인어 발언은 영어로 통역됐다.

윤 장관은 쿠바 측의 마음의 문을 여는 데 주력하는 한편 관계개선, 즉 양국 간 수교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은 쿠바의 혁명가이자 독립영웅인 호세 마르티의 시(詩) ‘관타나메라’를 언급하며 아늑하고 포근한 쿠바의 정경이 인상 깊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쿠바 측의 정서를 자극한 것이다.

또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의 얘기를 꺼냈다.

윤 장관은 “개인에게는(한 인간으로서) 하나의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를 위한 위대한 발자국”이라는 암스트롱의 역사적 명언을 인용하며 한·쿠바 관계에서 한국 외교장관의 첫 쿠바 방문의 의미를 강조했다.

회담에 배석했던 외교 소식통은 “쿠바 측이 매우 좋아했다”고 전했다.

윤 장관은 회담 직후 외교부 공동취재단에게 “매우 우호적이고 진지하고 허심탄회한 가운데 회담이 진행됐다”고 소감을 밝혔고, 배석했던 외교 소식통은 “우리 쪽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다했고, 쿠바 측은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고 말했다.

쿠바 측도 윤 장관의 쿠바 방문에 상당한 배려를 했다.

윤 장관의 이번 방문으로 수교까지 한걸음에 달려갈 수는 없지만 쿠바 측의 한국에 대한 호감과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이후 한국과의 경제협력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쿠바 측은 현지시간으로 윤 장관이 쿠바에 도착한 직후부터 중형 세단 벤츠(E200)를 내주는 한편, 이동시 선두에 에스코트 차량을 붙여준 것으로 전해졌다.

윤 장관의 쿠바 방문을 수행 중인 한 외교부 관계자는 “쿠바가 우리에게는 미수교국임에도 공항 도착에서부터 최상의 의전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당초 카리브국가연합(ACS)의 알폰소 다비드 무네라(콜롬비아) 사무총장이 윤 장관의 참석을 초청하면서도 의장국인 쿠바 측과의 긴밀한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쿠바 측은 또 전날 ACS 정상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담은 문서를 이례적으로 회원국들에 회람시켰다. 우리나라는 ACS 옵서버로서 공식 발언권이 없다.

외교 소식통은 “쿠바 측이 우리의 입장을 담은 문서를 회람시킨 것은 예외적인 배려조치”라면서 “의장국 쿠바가 한국 외교장관의 첫 방문을 얼마나 각별하게 생각하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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