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창 못한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식장 못 들어간 보훈처장

제창 못한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식장 못 들어간 보훈처장

장진복 기자
장진복 기자
입력 2016-05-18 22:16
수정 2016-05-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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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를 놓고 정부와 야당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제36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거행됐다.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 등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정부 대표로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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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기념식… 한쪽선 부르고 한쪽선 입 다물고
5·18 기념식… 한쪽선 부르고 한쪽선 입 다물고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합창단이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고 있는 가운데 황교안 국무총리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입을 다물고 있다. 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 황 총리, 정의화 국회의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안철수·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현 수석.

광주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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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 vs “안 돼요”
“참석” vs “안 돼요” 박승춘(맨 왼쪽) 국가보훈처장이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리는 5·18 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려다 행사장 입구에서 5·18민주유공자유족회원들로부터 제지를 당하고 있다.

광주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며칠간 정국을 뒤흔들었던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순서가 되자 참석자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따라 불렀다. 더민주 김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안·천 공동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 등 야권 인사들은 일어서서 태극기를 흔들며 노래했다. 특히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오른손 주먹을 흔들며 불렀다. 노 원내대표는 행사 도중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하라’라고 적힌 팻말을 들기도 했다. 새누리당 정 원내대표와 정의화 국회의장도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불렀다. 황 총리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자리에서 기립했지만 따라 부르지 않았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등 야당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무산에 대해 강력 반발하며 기념곡 지정을 위한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민주 우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에 대한 해임촉구결의안을 (국민의당과) 공동으로 발의할 것”이라고, 국민의당 박 원내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위해 법제화를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 원내대표는 기념식이 끝난 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인 윤상원, 박기순 열사의 합동묘 앞에 무릎을 꿇고 비석을 어루만졌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도 윤상원, 박기순 열사의 묘를 참배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반면 정부 측 인사들은 이날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유가족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혔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박 보훈처장은 황 총리와 함께 행사장으로 들어오던 중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항의를 받고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유가족들은 박 처장을 향해 “물러가라”,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고 외치며 참석을 막았다.

박 처장은 행사장에서 퇴장하며 “보훈단체들이 반대하는 노래를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기념행사에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도 별도의 입장 자료를 내고 “국가보훈처장의 기념식장 입장 거부 사태까지 발생하게 된 것은 유감”이라며 “정부는 갈등보다는 통합의 기념식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족들의 반발에도 간신히 기념식에 참석한 황 총리를 향해서도 곳곳에서 항의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편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에 칩거 중인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도 광주를 찾아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그는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국회의원 당선자 및 지지자들과의 오찬에서 “국민의 분노와 좌절이 이번 4·13 총선 결과로 나타났다”며 “이 모든 것을 녹여내는 새판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 전 고문은 또 “새판을 짜는 데 앞장서 나가겠다는 뜻을 다짐하고자 한다”고 밝혀 조만간 정치 재개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게 했다.

서울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광주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2016-05-1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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