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동거’ 김종인-문재인, ‘전략적 제휴’ 다시 기로에

‘불안한 동거’ 김종인-문재인, ‘전략적 제휴’ 다시 기로에

입력 2016-04-24 16:51
업데이트 2016-04-2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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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金 합의추대론’ 불씨 끄는 쪽으로 적극 나서며 관계 ‘미묘’

‘불안한 동거’를 이어온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의 ‘전략적 제휴’ 관계가 총선 이후 당 체제 정비와 맞물려 다시 한번 기로에 선 듯한 모양새이다.

문 전 대표가 “현 상황에서 합의추대가 가능하지 않고, (김 대표가) 경선도 불출마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 묘한 긴장감이 돌면서다. 김 대표를 ‘구원투수’로 영입한 당사자인 문 전 대표가 김 대표에 대한 합의추대론의 불씨를 끄는 쪽으로 논란을 정리한 셈이 됐다.

문 전 대표는 당초 차기 당권 문제와 관련, “나를 끌어들이지 말라”며 불개입 원칙을 선언했지만, 논란이 이어지자 직접 해결사를 자임한 것이다.

김 대표 스스로 “내가 합의추대라는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왜 그 얘기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언급하긴 했지만, 합의추대에 대한 당내 공론이 모아질 경우 이를 마다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려온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가 김 대표를 삼고초려할 때 대선까지 당을 이끌어달라고 했나’는 질문에 “그렇게 얘기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 전 대표의 발언 배경을 두고 김 대표측 일각에서 “진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촉각을 세운 것도 이러한 맥락과 무관치 않다.

김 대표의 거취 문제가 거론됐던 지난 22일 두 사람의 만찬 회동에서의 대화 내용을 놓고도 양측이 다른 설명을 내놨다.

문 전 대표는 “만찬에서 김 대표에게 ‘비상대책위가 끝난 후에 당 대표를 하실 생각을 않는 것이 좋겠다. 당대표를 하면 상처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며 “김 대표가 ‘당권에 생각이 없다’, ‘합의추대가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나이에 내가 무슨 경선을 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김 대표는 “문 전 대표가 비대위 끝나고 대표를 그만하면 좋겠다, 대표를 맡으면 무슨 상처를 받는다는 식으로 얘기한 적이 없다. 사실이 아니다”라며 “문 전 대표가 나에게 ‘경선을 나가라’고 해서 나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사사람의 관계가 애당초 ‘협력과 견제’라는 양측면을 지니고 있는 만큼, ‘관계 이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총선 당시 ‘공동운명체’로 얽혔던 두 사람은 어찌됐든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점에서다.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서 친노 프레임에서 벗어나 외연을 넓히려면 김 대표의 ‘조력’이 절실하고, 수권정당화 역할론을 자임한 김 대표로서도 킹메이커 등을 통해 차기 대선국면에서 야권내 영향력을 넓혀간다는 측면에서 당의 ‘대주주’이자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였다.

실제 문 전 대표가 비대위 체제 종료 후 김 대표가 대표직을 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들은 이유도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또한 김 대표에 대해 “대선 때까지 경제민주화의 스피커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대선 때까지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도 견지했다. 문 전 대표는 김 대표가 당권을 갖지 않을 경우 ‘수권비전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 김 대표가 그 위원장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구상까지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향후 관계는 차기 당권 문제를 얼마나 매끄럽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변곡점을 맞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2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를 지지하는 쪽의 합의추대론과 경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팽팽하게 맞설 경우 절충안으로서 경선 연기론이 부상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문 전 대표가 어떤 입장을 갖느냐가 또한번 관건이 되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측 인사는 “김 대표는 이 당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이면 크게 실망하고 이 당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비례대표직까지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측은 “경제민주화와 정권교체를 위해 차기 대선 때까지 김 대표를 잘 모시고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문 전 대표 시절 영입됐지만, 김 대표와도 오랜 인연이 있는 사이인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 “(언론이) 김종인 대표, 문재인 전 대표와 친하다고 지금 이 상황을 내게 묻는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분들이 요즘 소원해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소통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전 대표께서 워낙 말씀이 없으신 분인 것은 모두 아는 일…그리고 김 대표께서도 소소한 이야기를 거의 안하시는 분이다. 그래서 남들 보기에는 사이가 안 좋아 보일게다. 굳이 좋은 사이도 아니지만 나쁜 관계도 아니다”라며 “그러나 두 분 사이에서 더 많이 참고 더 노력하는 분은 단연코 문재인 전 대표다. 어느 경우에나 어르신을 꺾을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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