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법안 與-더민주 입장차 여전…국민의당 ‘캐스팅보트 역할’ 주목
여야 3당 원내대표가 20대 총선 이후 처음으로 계류법안 처리 협상을 위해 오는 18일 마주앉을 예정이어서 주목된다.국회의장실 관계자는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돌아오는 월요일(18일) 오전 의장실에서 여야 원내지도부가 모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단 19대 국회에서 쟁점으로 남은 법안들은 그동안 여야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섰던 ‘뜨거운 감자’인 데다가 여야 각 당의 입장도 바뀐 게 거의 없기 때문에 일단 협상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거기에다가 원내 과반을 점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로 힘이 빠진 반면에 20대 국회 원내 제1당을 예약해 놓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기세등등하게 새누리당과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새누리당과 더민주 간에는 접점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두 당의 대치 틈바구니 속에서 제3당인 국민의당이 중재역할이 주목된다. 국민의당은 이미 3당체제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겠다고 누차 공언한 바 있어 쟁점법안 처리에 돌파구를 마련할 지 주목된다.
국민의당은 여당이 추진하는 경제활성화 법안과 야당이 요구하는 세월호특별법 개정을 처리하기 위해 19대 국회 임기 종료전에라도 임시국회를 열자고 제안해 놓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3당 원내대표간 첫 대좌는 향후 20대 국회에서 3당간 정국 현안 협상과 국회운영의 ‘미리보기’ 또는 ‘맛보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먼저 새누리당은 쟁점법안 통과에 가장 목이 마른 입장이지만 동시에 협상에서 가장 수세적인 위치이기도 하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이번 19대 국회 안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보는 쟁점법안은 파견법(파견근로자보호법)을 포함한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 그리고 사이버테러방지법 등이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들 법안의 처리 우선순위를 묻자 “경중을 가릴 수 없고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최소한의 민생법안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안협상에서 사실상 ‘키’를 쥐게 된 야당의 입장은 견고하다.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이번 총선 결과는 무리한 법안을 실제 내용과 다른 ‘경제활성화’나 ‘테러방지’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호도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이라며 “새누리당은 쟁점법안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파견법 등 노동개혁 관련 법안의 경우 새누리당은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법)을 장기과제로 돌리며 야당에 양보한 만큼 파견법을 포함시킨 노동개혁 4법만큼은 꼭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더민주는 파견법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고용 안정을 저해하기 때문에 정부·여당의 안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고 주장하며, 국민의당은 노사정협의체를 복원해 다시 논의할 것을 정부·여당에 요구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원점 재검토’하자는 입장이다.
서비스법의 경우도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보건의료 분야 등 공공성이 강조되는 분야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의료영리화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새누리당은 이를 제외할 경우 입법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인다.
사이버테러방지법의 경우 새누리당은 이 법안을 앞서 국회를 통과한 테러방지법의 ‘쌍둥이 법’이라 부르며 안보 강화를 위해 함께 입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더민주는 국가정보원에 과도한 정보수집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 삭제 등 이미 통과된 테러방지법도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국민의당은 국정원을 담당하는 국회 정보위원회를 전임 상임위화하는 내용을 테러방지법에 추가해야 한다며 역시 개정을 요구한다.
더욱이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활동기한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세월호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 여야간 협상해야 할 대상법안이 추가로 늘어났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야당의 요구를 들어봐야겠지만 지금 당장 급한 법안부터 논의를 해야 한다”며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19대 국회내에 계류중인 주요쟁점 법안 중에서 일부라도 처리하기 위해선 결국 야당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