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서울시장 후보 24시] 지하철 안전으로 ‘시작종’… 서민 행보 vs 강남 공략 ‘강행군’

[여야 서울시장 후보 24시] 지하철 안전으로 ‘시작종’… 서민 행보 vs 강남 공략 ‘강행군’

입력 2014-05-23 00:00
업데이트 2014-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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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준의 시간대별 동선

“어려운 사람 좀 위해서 가진 돈 다 뿌려 버려.”

22일 낮 12시 30분쯤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5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와 악수를 나눈 뒤 정 후보의 면전에 대고 이렇게 소리쳤다. 그 남성은 경호원들의 제지를 받으면서도 “서울시장이 되면 가난한 시민한테 그렇게 해야 한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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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대교 안전점검
성산대교 안전점검 정몽준(오른쪽에서 두 번째)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22일 서울 성산대교 북단의 안전 점검 현장에 방문해 관계자들과 구조물을 살펴보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이날 첫 공식 선거운동에 나선 정 후보를 만난 시민들은 재벌인 그를 ‘부자 정치인’ 내지 ‘유명인사’로 인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정 후보는 이날 0시를 기해 시청역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으로 이동, 동대문 도매 패션쇼핑센터를 찾았다. 상점 직원들은 느닷없는 정 후보의 방문에 연예인을 본 듯 놀랐다. 정 후보와 함께 사진을 찍자는 요청도 쇄도했다. 한 점원은 정 후보와 악수한 뒤 “와~ 이제 우리 가게 대박 나는 거야?”라며 기뻐했다. 한 쇼핑객은 정 후보에게 “부자이시니까 어딜 가도 그곳이 부자 동네가 된다”면서 “우리 동네도 부자 동네로 만들어 주세요”라고 말했다. 악수를 하고 난 뒤 “손 씻지 말아야지”라는 시민도 있었다.

정 후보는 막간에 국제적 소양을 뽐내기도 했다. 정 후보가 지하철에서 만난 영국인 영어강사에게 유창한 영어로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을 지냈고, 2002년 월드컵을 유치했다”고 자기소개를 하자 그 영국인은 “정말이에요?”라며 놀라는 모습이었다.

정 후보는 이날 틈만 나면 경쟁자인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비판하며 각을 세웠다. 오전 1시 30분 청구역 노반(지하철 선로가 깔린 바닥) 청소를 하며 정 후보는 “지하철 내 공기가 미세먼지 등으로 시민들에게 위험한데, 박 후보는 환기 시설 가동 시간을 24시간에서 15시간으로 줄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청소를 함께한 도시철도그린환경㈜ 직원들은 지난해 4월 박 후보의 ‘비정규직의 고용개선 대책’에 따른 정규직 채용자들이라 그런지 박 후보를 옹호하고 나섰다. 이에 정 후보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정 후보는 오전 2시가 넘어서야 첫 심야 일정을 끝내고 귀가했다. 이어 동이 튼 이후 오전 9시 용산구 서부이촌동에 있는 안전등급 D등급을 받은 노후 아파트를 방문해 “박 후보는 용산개발사업을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한남동 뉴타운 재개발 지역에 방문해서는 “박 후보는 자신이 행정가이지 정치인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정치적 이해타산하기를 좋아한다”며 “표를 계산해 행정을 하는 것은 일종의 범죄 행위”라고 몰아세웠다. 낮 12시에는 영천시장을 돌아본 뒤 유세 차량에 올라 “박 후보의 시장직 3년은 잃어버린 3년”이라며 “서울의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외쳤다.

정 후보의 첫날 일정 중 하이라이트는 오후 4시 최창식 새누리당 중구청장 후보의 출정식이었다. 선대위 고문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선대위원장인 진영 의원, 이혜훈 전 최고위원 등 거물급이 총출동해 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오후 5시 젊은층이 많은 신촌역 그랜드마트 앞에서 유세를 하는 것으로 첫날 일정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하루 공식 일정만 11개나 되는 살인적 스케줄을 소화한 것이다. 이날 정 후보의 선거운동 콘셉트는 ‘안전’과 ‘서민’에 맞춰져 있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박원순의 시간대별 동선

“지하철은 1000만 시민의 발이니까 늘 긴장하는 마음으로 확인하고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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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안전센터 찾아
119 안전센터 찾아 박원순(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22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119 안전센터를 찾아 소방서 관계자와 대화하는 가운데 취재진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0시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역무실.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의 ‘시작종’이 울리자마자 역무실 직원들에게 달려가 시민의 안전을 당부했다. 지난 2일 열차 추돌 사고가 발생한 역을 그가 이날 다시 찾은 것은 유권자들의 안전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행보로 보였다. 박 후보는 이날 새정치연합의 파란색 점퍼 대신 남색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왼쪽 가슴엔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았다.

역무실을 나온 박 후보는 비상조치시설을 꼼꼼히 살펴봤다. 소화전과 방독면 비치대를 둘러보면서 ‘마지막 점검일’을 확인하고 시민들이 사용법을 숙지할 수 있는 방안을 부역장에게 강구하도록 당부하기도 했다. 성수역으로 향하는 막차를 기다리던 박 후보는 “(서울시장을) 2년 7개월 하고 다시 재출마했는데 선거운동이 아니라 업무의 연장선상으로 느껴진다”고 선거운동 첫날의 기분을 전했다.

박 후보는 지난 3일 열차 추돌 사고 수습 후 탔던 ‘0시 17분 성수역행 막차’에 다시금 몸을 싣고 시민들을 만났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본인을 BMW(Bus, Metro, Walking)족이라고 밝히며 지하철에서 앉아 가기 위한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고 소개했다. “앉아 있는 승객이 가방을 정리하는 등의 행동을 취하면 빈자리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서울시에 불만이 없다’는 시민의 말에 “서울이 살기가 그렇게 좋아요?”라고 반문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하철역에서 나온 박 후보는 곧바로 송파소방서 가락 119 안전센터로 이동해 화재 사고 대비 상황을 점검했다. 구두에서 파란색 운동화로 갈아 신은 박 후보는 시장 상인들과 ‘스킨십’에 나섰다. 박 후보는 시장을 둘러보면서 2만 5000원어치의 완두콩 두 자루와 열무 한 단, 3만원짜리 삼치 한 마리를 샀다.

오전 1시가 넘어 선거운동 첫날 심야 일정을 마치고 서울시장 공관으로 귀가한 박 후보는 동이 튼 직후인 오전 6시 ‘강남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공략에 나섰다. 강남역 1번 출구에서 오전 8시쯤부터 40분간 출근길 인사를 건넨 뒤 역삼역 방향으로 200m를 걸어 올라가며 일일이 시민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한 젊은 청년과 40대 여성이 각각 아이스커피와 건강 음료를 박 후보의 손에 쥐어 주며 “파이팅”을 외쳤지만 대다수 시민은 아침 출근길이라 그런지 악수에 적극 호응하기보단 바쁜 걸음을 옮겼다.

박 후보는 역삼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벤처기업인들을 만나 창업 지원 정책을 알렸다. 신발을 벗고 강단에 선 박 후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가 최근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도시로 거듭났는데 서울시도 창동 차량기지 등을 외곽으로 이동시킨 뒤 생기는 1만평의 땅을 적극 활용해 창업자의 천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기온이 28도까지 오른 점심때 박 후보는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물통이 든 배낭을 멘 채 선릉역 6번 출구에서 삼성역으로 이동하며 시민들을 만났다. 20~30대 여성들이 “후보님 팬입니다”라고 외치며 박 후보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는 모습도 보였다. 박 후보는 오후 6시 30분 송파지역 기초단체장 지원 유세를 마지막으로 13개의 이날 하루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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