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이석기 구인’…욕설·몸싸움 아수라장

속전속결 ‘이석기 구인’…욕설·몸싸움 아수라장

입력 2013-09-05 00:00
업데이트 2013-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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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경찰 vs 진보당원 뒤엉켜 ‘난장판’

내란음모 혐의를 받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구인하려는 국가정보원의 4일 ‘속전속결’ 영장 집행에 국회가 1시간 넘게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긴장됐던 상황이 일단락되는 듯한 순간, 새로운 긴장감이 여의도 국회를 감싸고 돌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수원지법이 기다리기나 했다는 듯이 곧바로 구인영장을 발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져서다.

이윽고 오후 7시15분께 경찰 100여명이 국회 의원회관 현관 앞을 3열로 막아서면서 회관 내에서 “올것이 왔다”, “벌써 영장이 집행되는 것이냐”는 웅성거림이 들렸다.

경찰은 의원회관뿐 아니라 정문 현관 등 국회 곳곳에 모두 6개 중대, 500여명을 배치해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췄다.

이들은 이 의원을 응원하러 온 진보당원들의 의원회관 출입을 막아 격렬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일부 당원들은 “어떻게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지 세 시간도 안돼 이렇게 할 수가 있나”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7시20분께 국정원 직원 20여명이 신관 출입구를 통해 의원회관으로 들어와 곧장 이 의원이 있는 520호로 향하면서 문 앞을 막아선 당직자 3명과 충돌이 시작됐다.

진보당 당직자들은 국정원 직원들에게 “영장이 오면 들어가라구요”,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변호사가 올 때까지 기다려달라”, “OO놈들아!”라는 등 소리를 지르면서 멱살잡이와 주먹다짐까지 벌였다.

국정원 직원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힘으로 밀고 들어가려 하자 몸싸움은 더욱 격렬해졌다. 한 직원은 당직자에게 할퀴어 찢어진 셔츠가 살찍 피로 물들었고, 또다른 직원은 상의가 거의 벗겨지다시피했다.

난장판이 된 의원회관 복도에 오후 7시30분∼7시45분 사이 국회 직원들과 경찰이 들어와 일부 당직자를 끌어내는 등 사태를 적극 수습하면서 겨우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100여명의 경찰이 복도 상황을 정리하는 사이 진보당 김재연 의원은 여경 2명에 의해 끌려나오다 잠시 탈진한 듯 복도에 5분여 동안 쓰러졌다. 앞서 김 의원은 몸싸움 과정에서 한 취재기자를 국정원 직원으로 의심해 신분증을 가져갔다가 확인 후 돌려주기도 했다.

변호사가 도착한 뒤 자진해서 밖으로 나올 것을 예고한 이 의원은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국정원이 구인을 시도한 지 50여분 만인 8시10분께 “진실과 정의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국정원 공작정치는 심화할 것이다”라면서 ‘당당한’ 태도로 걸어나왔다.

이석기 의원은 같은 당 이상규 의원이 앞에서 길을 터주는 가운데 좌우에 대동한 국정원 직원들과의 신체접촉 없이 천천히 밖으로 나와 회관 앞에 모인 진보당원 200여명을 향해 미소를 띤 채 손을 번쩍 들어보였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내란음모 혐의로 수사기관에 구인된 이석기 의원은 “힘내요, 이석기”를 외치는 지지자들에게 “무죄를 확신한다”고 답한 뒤 검정색 토스카 승용차에 올랐다.

밖에 모인 당원들은 ‘내란음모 국정원 해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이 의원의 호송 차량을 뒤따라갔고 오후 8시32분께 국회를 완전히 빠져나간 뒤에도 차로 달려들어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이 의원이 빠져나간 뒤에도 남은 당원 100여명은 잔디밭에서 정리집회를 열어 아쉬움을 달랬다. 안동섭 경기도당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독재시대로 돌아간 것 같다. 거꾸로 흘러가는 시계를 우리가 막아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심한 몸싸움에도 경찰에 연행되거나 병원으로 후송된 진보당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이 끝난 뒤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 직원들을 가리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폭력을 휘두르는 모양으로는 깡패집단과 다를 바 없었다. 그 과정에서 김재연 의원은 부상까지 입었고 의원실 문이 파손됐다”라고 비난했다.

한편 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이석기 의원의 변호인이 돼 달라는 요청을 받고 변호인단 합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변호인단에 합류하면 남편 심재환 변호사와 함께 이석기 의원을 변호하게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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