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풍당당’ 외교부…“모성보호는 낙제점”

‘여풍당당’ 외교부…“모성보호는 낙제점”

입력 2011-04-06 00:00
업데이트 2011-04-0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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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육아 여직원 배려 부족..”인식전환 시급”

”외교부에서 엄마로 살아가기 고달픕니다.”

외교통상부는 ‘여풍(女風)당당’의 대표 지대로 꼽힌다.

전체 직원의 약 33%가 여성 외교관이고 지난 2005년부터는 외무고시 여성 합격자 비율이 60%를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발표된 2011년도 외무고시 1차 합격자 가운데에서도 여성이 58%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외교부의 모성보호 점수는 ‘낙제점’이라는 평가다. 부내에 모유 수유나 육아를 하는 여직원을 배려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외교부 청사 10층에 자리 잡고 있는 수유실은 그 대표적인 예.

10㎡ 남짓한 수유실에 비치된 집기는 소형냉장고와 칸막이, 1인용 안락의자 3개가 전부다. 곳곳에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고, 냉난방도 되지 않는다. 부실하기 이를 데 없는 공간이지만 이마저도 여직원들이 수년간 민원을 제기해 간신히 ‘쟁취’한 성과라는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직원은 6일 “겨우내 먼지가 가득하고 얼음장 같은 수유실에서 유축을 하느라 감기가 떨어질 날이 없었다”면서 “모유 수유 중에는 약도 복용할 수 없어 아기에게까지 감기가 옮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여직원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받아들여져 이달 중하순께 한 단계 개선된 수유 공간이 마련될 전망이지만, 외교부 여직원들은 시설 개선보다 더욱 시급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라고 입을 모은다.

육아 과정에서 부득이한 사정이 생겨도 이해보다는 ‘유별나다’거나 ‘민폐’라는 차가운 시선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여직원은 “아이가 몸이 아파 병원에 데려가야 해서 하루 휴가를 쓰겠다고 했다가 상사로부터 ‘혼자만 애 키우냐’는 핀잔을 들었다”면서 “국가는 출산율 제고를 외치지만 정부 부처에서조차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여직원은 “평일 숙직을 하면 밤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대신 주말 당직에 넣어달라고 요구하는데 번번이 눈치가 보인다”면서 “아이 키우는데 장애물이 많다 보니 출산을 망설이는 사람이 적지 않고, 퇴직까지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외교부 내에는 이 같은 여직원들의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을 수렴할 만한 창구조차 제대로 없는 실정이다.

외교부에 거세게 불고 있는 ‘여풍’이 의미있는 결과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모성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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