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돈·권력·여자로 상대 회유 오랜문화… 안되면 신변위협”

“中 돈·권력·여자로 상대 회유 오랜문화… 안되면 신변위협”

입력 2011-03-11 00:00
업데이트 2011-03-11 00:3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前 상하이 총영사 A씨가 밝힌 현지 사정

“외교관(주재관) 교육을 아프리카 나가는 사람과 중국 나가는 사람에게 똑같이 해서는 안 된다.” 주 상하이 한국 총영사를 지낸 A씨는 중국, 그리고 상하이란 임지의 특수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A씨는 중국 근무 경험이 여러 차례 있는 중국통이다. 10일 익명으로 이뤄진 A씨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내용.





이미지 확대
① 덩신밍과 H 전 상하이 영사가 함께 살던 집안의 서재. 노무현 전 대통령 비공개 발언록, 참여정부 인사 금전출납기록 내역 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② 덩신밍이 통화를 거부한 전화번호들이 휴대전화기에 저장돼 있다. 위에서 세번째가 K 전 영사의 전화번호.
① 덩신밍과 H 전 상하이 영사가 함께 살던 집안의 서재. 노무현 전 대통령 비공개 발언록, 참여정부 인사 금전출납기록 내역 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② 덩신밍이 통화를 거부한 전화번호들이 휴대전화기에 저장돼 있다. 위에서 세번째가 K 전 영사의 전화번호.


→외교관에게 상하이란 어떤 곳인가?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은 다른 나라보다 분명히 위험한 곳이다. 중국에선 돈, 권력, 여자로 상대를 휘어잡는다. 그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서든 죽이려 든다. 부인과 아이까지 위협한다. 중국에서 수천년 동안 내려온 문화이고, 수천 가지의 방법을 갖고 그렇게 한다. 나도 선배들에게 그런 교육을 받았다. 중국 근무 시절 내게 비슷하게 접근해온 경험도 있다. 늘 직원들에게 주의를 줬다. 특히 출입국관리 업무의 경우 밖에서 골프를 절대 치지 말라고 했다. 치고 싶으면 우리끼리 치자고 했다. 어떤 식으로든 매수를 하려 들기 때문이다. 비자 발급은 중국인에게 대단한 이권일 수 있다.

→해외공관에 여자가 개입된 스캔들이 많은가.

-선배 때부터 있어 왔다. 해외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여자 관계에서 자유롭다. 하지만 해외인 데다 나온 부처가 달라서 여자관계가 있어도 알아도 모른 척한다. 쉬쉬하는 게 문제다. 국정원이 감시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그들도 고유의 업무가 있다. 한국 공관 직원 감시하려고 가는 건 아니지 않은가.

→상하이 총영사관에서 기밀을 많이 다루나.

-대사관도 아닌 총영사관에 대단한 국가기밀이 뭐가 있겠는가. 전화번호 같은 게 기밀일 수 있나. 몇달 안에 폐기될 일들 뿐이고, 국내에서 오는 내용들도 며칠 지난 얘기가 대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본국 전통문을 해독하는 암호인데 이것은 엄격하게 보안 체크가 이뤄진다. 이번 사건을 놓고 언론에서 국가기밀 운운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 배후에 중국 공안 당국이 있다는 설이 있다.

-사실관계는 잘 모른다. 하지만 중국에 있을 때 공안은 늘 의식했다. 하다 못해 현지에서 채용한 중국인 직원들은 중국 외교부를 통해서 받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속속들이 공안에 보고하는 걸 알고 있었다. 중국에 있는 외교관에게 공안은 늘 의식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 여자(덩신밍)가 접근해 오고 만났다면 당연히 공안에게도 보고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상식이다.

→총영사 시절 어떻게 처신했나.

-3대 원칙을 지키려고 했다. 첫째가 가급적 공식 루트를 사용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요인과의 면담을 요청하는 일이 많다. 그것도 이틀 전에. 중국에서는 빨라야 2주 전쯤 약속해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식으로 이틀 전에 섭외하면 어떻게 하나, 그래서 직원들에게도 요인 면담을 신청하되 그쪽에서 안 되면 그대로 본국에 보고하라고 했다. 둘째가 신세를 졌다고 해서 중국 측에 돈으로 해결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정 하고 싶으면 조그마한 선물 정도를 하라고 했다. 셋째가 매수하려는 데 대해 분명하게 자르는 것이다. 어떤 틈도 비집고 들어오는 게 중국이다.

→이번 사건을 놓고 “중국이 문제다.”라는 시각이 있다.

-중국은 한국의 이런 소동을 보고 코웃음 칠 것이다. 결국은 우리 외교관이 잘못 한 것이고 그것도 여자가 개입된 것인데 중국이 나쁘다고 하는 것은 이런 창피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번 일을 계기로 아프리카 나가는 외교관과 중국 나가는 외교관을 동일하게 교육시켜서는 안 된다. 중국의 특수성을 분명하게 교육해야 한다. 공관장 리더십에 허점이 없는지 잘 들여다봐야 한다. 각 부처에서 나가는 사람들은 밖에서 한국식으로 흥청망청하는데 고쳐야 한다.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2011-03-11 4면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