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톡톡 다시읽기] 영화로 본 ‘양철북’

[고전 톡톡 다시읽기] 영화로 본 ‘양철북’

입력 2010-10-25 00:00
업데이트 2010-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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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한 소년의 표정, 관 객이 빨려든다

1979년 독일 영화감독 폴커 슐렌도르프는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을 영화로 제작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작품은 프랑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영화상을 수상했고, 이로 인해 귄터 그라스와 소설 ‘양철북’에 또 한 차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분열증 환자처럼 지껄여대는 오스카를 길잡이 삼아 독일 전체주의와 소시민 사회, 그리고 일그러진 가족의 초상 사이를 오가며 어지럼증을 경험해본 독자라면, 보다 직접적으로 그 모든 것들을 ‘보여주길’ 택한 영화 ‘양철북’의 관객이 되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작품에서 카메라는 세 살에서 성장이 멈춘 오스카의 시선을 정직하게 따라, 곧잘 낮은 각도에서 앵글을 잡는다. 카드 게임이 한창인 탁자 밑에서 ‘추정상 아버지’인 남자가 자기 어머니의 치마 속을 발로 더듬는 것을 말없이 지켜보는 오스카, 할머니의 네 겹짜리 치마 속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리고 있는 오스카, ‘추정상 아버지’가 어머니의 몸을 더듬으며 달래주는 모습을 옷장 속에서 바라보는 오스카. 관객은 오스카의 바로 옆에서 이 모든 장면을 함께 ‘봐버리는’ 공범자가 된다.

이때 눈에 들어오는 오스카의 표정은 그로테스크함 그 자체다. 아이다운 볼살 한 점 없이 홀쭉한 얼굴에 언제나 처진 입을 앙다물고 있는 이 아이는 옅은 하늘색 눈-어쩌면 빈약한 하안검 위의 하늘색 눈동자 때문에 감독이 열한 살짜리 데이비드 베넨트를 택한 게 아닐까-을 홉뜬 채 앉아 있다. 그는 한 마디 말도 없이 모든 광경을 올려다볼 뿐이다.

어른들을 향해서는 단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않고 오직 양철북을 두드리고 비명만 지르는 오스카에게 감독은 기나긴 내레이션을 지시한다. 내레이션은 소설 ‘양철북’과 거의 흡사하다. 때문에 소설 속에서 매끈한 텍스트 위로 흐르는 북 소리와 비명을 함께 상상하는 게 쉽지 않았던 독자라면, 영화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주는 두 소리 인간의 음성과 짐승의 괴성을 보다 친절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10-10-2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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