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얼굴에 마스크 자국… 팬데믹 넘다

전 국민 얼굴에 마스크 자국… 팬데믹 넘다

이현정 기자
입력 2020-07-16 22:02
수정 2020-07-17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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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를 바꾸다] 선진국 척도 된 ‘방역’

K방역 [신조어] 대한민국의 성공적 코로나 방역을 전 세계에 알리는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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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잘사는 국가가 곧 ‘선진국’이라는 개념을 흔들었다. 미국과 유럽 등 ‘전통적 선진국’들이 빠르게 확산하는 코로나19를 감당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동안 한국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교훈을 디딤돌 삼아 위기 해결을 위한 답을 찾아갔다. 한때 유럽 주요 국가들은 한국의 확진환자 동선 추적과 공개가 ‘사생활 침해’라며 부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모든 상점을 폐쇄하고 외출을 금지하는 등 개개인의 자유를 구속하는 봉쇄정책까지 단행했다. 반면 한국은 사회구성원의 합의 속 개인의 자유 제한을 최소화하고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인 방역을 적용하는 정책을 폈다. 위기에서 더욱 빛난 ‘K방역’은 성숙한 시민 의식과 당국의 발 빠른 대처가 조화를 이룬 성과라는 평가다.

보건 인력을 총동원해 조기 진단을 했기에 코로나19 방역이 가능했다. 첫 감염자를 2~3일 내에 찾아내지 못하면 2차, 3차 감염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방역은 더욱 힘들어진다. 효과적인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는 ‘조기 진단→조기 격리→조기 치료’가 최선이다. 코로나19 검체 검사는 하루 2만건, 많게는 3만건 이상 이뤄져 16일 0시 기준 누적 140만건을 넘어섰다. 다른 나라들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성과다.

마스크를 사려고 약국 앞에 긴 줄을 섰던 진풍경은 지난 3월 공적 마스크 5부제 시행 한 달 뒤에 사라졌다. 마스크값이 치솟아 ‘금(金)스크’라고 불릴 지경이 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생산 마스크의 80%를 ‘공적 마스크’로 관리하고 1인당 구매량을 주 2장으로 제한했다. 약국마다 마스크 물량이 들쑥날쑥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마스크 재고 애플리케이션까지 만들었다.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에도 적용된 5부제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아이디어였고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정해진 요일에 마스크를 사는 복잡한 방식을 현장에 안착시킨 것은 일선 약사들이었다.

부산 수영구의 한 약국은 마스크 5부제를 알기 쉽게 손가락 그림으로 표현해 화제가 됐다. 3장, 5장씩 묶음으로 배송되는 공적 마스크를 일일이 나눠 담는 것도, 구매자의 주민번호를 입력하는 일도 약사들의 몫이었다. 경기 수원 영통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변성애(56)씨는 “마스크 관련 정보를 입력하는 데 처방전 입력만큼의 노력이 들었다. 손님들 항의에 스트레스도 많았고 마스크를 나눠 담느라 새벽부터 일을 했다”며 “그래도 약사들은 현장에서 봉사할 수 있다는 기쁜 마음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민관협력을 통해 신속하게 집행한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외국에서는 정부가 직접 관련 홈페이지를 만들거나 신청을 받는 방식을 썼지만 한국은 카드사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도록 했다. 그 덕에 접속자 폭주도 예방하고 신원 확인과 지원금 지급 오류를 최소화하는 일거양득의 성과를 거뒀다.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정책과 공무원들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 덕분이었다.

K방역은 성공했지만 ‘K의료’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코로나19가 급증하던 3월 초 병상이 없어 한때 환자 2300명이 집에서 대기해야 했고 3월 16일 0시 기준 전체 사망자 75명 중 17명(22.7%)이 입원조차 못하고 숨졌다. 코로나19에 모든 역량이 몰리면서 일반 의료체계까지 한계에 부딪히는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40도가 넘는 고열로 병원을 찾았으나 코로나19 확진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던 17세 정유엽군이 숨진 사건도 발생했다. 의료공백이 만든 비극이었다. 코로나19 환자 급증에 광주의 중환자 병상이 일주일 만에 포화 상태에 이를 정도로 공공의료 체계는 여전히 부실하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16일 “공공병원이 확보하고 있는 병상이 전체의 10%에 불과할 정도로 공공의료 기반이 부족하다. 코로나19로 입원을 하더라도 인공호흡기나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장치) 등이 없는 낙후된 환경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공병상을 최대 30%까지 늘려 나가고 감염내과 전문의, 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더 확충하는 일이 시급하다”면서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공공병상에서 강제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취약계층 환자들을 위한 계획 수립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20-07-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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