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 대신 집관… 언택트, 만남을 재정의하다

직관 대신 집관… 언택트, 만남을 재정의하다

김기중 기자
입력 2020-07-16 22:00
수정 2020-07-17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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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을 바꾸다] 비대면의 일상화

언택트 [신조어]‘접촉’을 뜻하는 ‘콘택트’에 ‘언’(un)을 붙여 비대면 활동을 가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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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장기화하면서 비대면(언택트)으로 진행하는 ‘온라인 공연’이 가요계의 돌파구가 되고 있다. 그룹 슈퍼엠, NCT127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출연한 ‘비욘드 라이브’,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의 ‘방방콘 더 라이브’는 언택트 공연의 유료화 가능성도 보여줬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장기화하면서 비대면(언택트)으로 진행하는 ‘온라인 공연’이 가요계의 돌파구가 되고 있다. 그룹 슈퍼엠, NCT127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출연한 ‘비욘드 라이브’,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의 ‘방방콘 더 라이브’는 언택트 공연의 유료화 가능성도 보여줬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로나19는 우리 삶을 완전히 바꾸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비롯해 거의 모든 부문에서 오프라인 대면이 크게 줄었다.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에 ‘언’(un)을 붙여 ‘접촉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뜻하는 ‘언콘택트’ 활동이 곳곳에서 이어진다. 재택근무, 재택수업 등 20년 명성의 ‘정보기술(IT) 강국’답게 온라인 활동이 활발하다. 특히 문화, 체육 분야 언콘택트 활동이 단연 눈에 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영화 관람과 같은 외부 문화생활이 위축되면서 시청자들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발길을 옮겼다. 미국 경제지 ‘마켓워치’에 따르면, 넷플릭스 전 세계 신규 가입자가 올해 1분기에만 1577만명 늘어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넷플릭스는 ‘킹덤’과 같은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로 국내 구독자 모으기에도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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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OTT’ 웨이브도 유·무료 구독자가 지난 3월 기준 800만명을 넘었다. 웨이브는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을 온라인에 공개하기도 했다. 왓챠 역시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초청작을 동시 상영하는 등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 2월부터 직격탄을 맞은 가요계는 비대면 콘서트에서 대안을 찾고 있다. 해외 투어가 줄줄이 취소된 케이팝 아이돌 그룹이 유료 공연으로 활로를 모색한다. 첫 테이프를 끊은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4월 네이버와 ‘비욘드 라이브’를 시작했다. 북미에서 인기가 높은 슈퍼엠, NCT127, NCT DREAM 등 6개 팀이 한 달간 무대에 올랐다. 전 세계 팬들과의 실시간 화상 대화, 증강현실(AR) 도입 등 신기술로 현장감을 끌어올렸다. 공연별로 전 세계 100~129개국에서 10만명 정도가 몰렸다.

방탄소년단(BTS)은 지난 6월 ‘방방콘 더 라이브(The Live)’로 100분 동안 75만 6600여명을 만났다. 미국 라이브 스트리밍 솔루션 기업 키스위 모바일과 협업한 이 공연에는 각 멤버들을 볼 수 있는 멀티카메라와 실시간 채팅 창 등을 활용했다. BTS는 티켓 매출만으로 22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여자)아이들, 아스트로, CJ ENM이 주최한 한류 콘서트 ‘케이콘’도 이런 형태로 진행됐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온라인이 해외 공연보다 더 ‘가성비’가 높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수십만명의 해외 팬들을 동시에 만난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사회 전반에 큰 타격을 미쳤지만 온라인 서점은 되레 반사이익을 봤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 2~5월 오프라인 서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줄었지만 온라인 서점 매출이 무려 30%나 뛰면서 전체 매출이 11% 상승했다. 교보문고는 코로나19 사태가 전염병과 바이러스에 관한 관심을 불러 책 판매도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책 관련 TV 프로그램도 큰 효과가 있었다는 게 교보문고 측의 분석이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 분야에서도 온라인 강세를 확인할 수 있다. 밀리의 서재에 따르면 ‘월별 평균 일일 활성 이용자 수’가 1월에 비해 3월에 28% 증가했고, 4·5월에도 증가했다. 이 수치는 회원들이 얼마나 서비스를 자주 이용했는지를 보여준다.

디지털 관람 역시 대세가 되고 있다. 특히 IT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분야로 주목받는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가 지난 13일부터 시작한 ‘덕수궁 가상현실(VR) 관람’ 서비스가 이런 사례다. 이용자가 앱을 내려받아 덕수궁의 역사와 배경에 관한 해설을 들으며 원하는 방향의 내부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월부터 덕수궁 실내시설인 석조전 내부와 중명전 관람이 중지됐고, 5월 29일부터는 궁궐 전체 관람도 중단한 상태다. 올해 1~6월 덕수궁 누적 관람객 수는 47만명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 VR 서비스는 문화 향유의 우회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온라인 콘텐츠 제작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올해 3차 추가경정예산 문화예술 분야에 1569억원을 책정했는데, 신규 사업인 ‘온라인미디어 예술 활동 지원’에도 149억원을 배정했다. 김영수 문체부 예술정책관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문화 예술인들이 위기를 겪고 있다. 이들에 관한 활동을 늘리는 동시에 온라인 콘텐츠 제작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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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팬이 생명과도 같은 프로 스포츠의 풍경도 바꿔놨다. 개막을 미룬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아직 무관중 경기가 치러지고 있고 경기장 출입 통제도 엄격하게 한다. 경기장을 찾지 못하는 팬들을 위해 각 구단은 새로운 ‘집관’(집에서 관람) 문화를 만들어냈다.

프로 스포츠 구단들은 ‘랜선 응원’으로 팬들과 함께하고 있다. 응원단이 단상에서 응원하는 장면을 구단에서 유튜브 등의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방식으로, 팬들은 랜선을 통해 경기장에 접속해 응원단과 함께한다. 응원단 역시 실시간으로 팬들과 소통하며 이벤트를 진행한다. 야구에선 공격할 때 응원하고 수비할 때 응원을 쉬지만, 이제 응원단은 공격 때 응원하고 수비 땐 팬들과 랜선으로 소통한다.

팬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선수들을 위해 각 구단은 ‘음원 응원’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예전 경기에서 팬들이 응원하는 목소리만을 따로 추출해 관중 효과를 낸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2년 전 우승했던 기억을 선수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당시 응원 목소리를 따로 추출하기도 했다. 수원kt위즈파크처럼 띠전광판이 설치된 경기장은 팬들이 실시간으로 응원하는 영상을 전광판에 틀어 선수들에게 관중이 있는 것처럼 효과를 연출하고 있다.

바둑 역시 사상 처음으로 랜선 대국을 진행한다. 바둑기사들이 한국기원 대국장에 들어와 각자 지정된 자리에 배치된 노트북을 통해 접속하고 화면으로 바둑을 둔다. LG배, 몽백합배 등 규모가 큰 국제대회의 경우 바둑기사들이 국경 이동에 제약을 받는 상황을 이렇게 해결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서도 인터넷 바둑으로 대회를 치르겠다고 통보했고 추후 열리는 국내 대회도 인터넷으로 진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코로나19는 홈트레이닝 시장도 키웠다. 헬스장 등 체육시설 이용이 제한된 상황에서 ‘홈트족’이 크게 늘었고, 기업들도 홈트레이닝 관련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문화, 체육 분야 언콘택트 활동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언택트 비즈니스’(포르체) 저자인 박경수 컨설턴트는 “전통적인 일이나 교육에 비해 문화, 체육처럼 즐기는 분야의 대응 속도가 더 빠른 편”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과거로 완벽하게 돌아갈 수 없는 이른바 ‘뉴노멀’의 시대에 두드러지는 특성”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와 관련,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코로나19의 추세에 따라 오프라인 활동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 문화, 체육 분야의 언컨택트 활동 역시 코로나19 확산 속도에 맞춰 오프라인 연계책을 적절히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2020-07-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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