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컨포는 빠져라…‘레이저’ 나가신다 [밀리터리 인사이드]

벌컨포는 빠져라…‘레이저’ 나가신다 [밀리터리 인사이드]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21-08-08 13:30
업데이트 2021-08-0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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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해군 첫 공개 레이저 방어 시스템 ‘오딘’

‘자폭 드론’ 위협 현실화…선박 잇따라 공격
美해군 “레이저로 무인기 공격 방어”
광학시스템 무력화 ‘오딘’ 실물 첫 공개
고출력 시스템 ‘헬리오스’로 직접 타격도
“궁극적인 개발 목표는 순항미사일 격추”
알레이버크급 이지스구축함 스톡데일(DDG106)에 장착된 레이저 무기 ‘오딘’. 광학장치를 무력화해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미 해군 제공
알레이버크급 이지스구축함 스톡데일(DDG106)에 장착된 레이저 무기 ‘오딘’. 광학장치를 무력화해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미 해군 제공
지난달 29일 오만 인근 해상에서는 이스라엘 해운사가 운용하는 유조선 머서 스트리트호가 드론 공격에 의해 파손됐습니다. 공격으로 영국인 선장 1명과 루마니아인 보안요원 1명 등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배후로 이란이 지목됐습니다.

이란의 ‘자폭 드론’은 이제 전세계의 골칫거리가 됐습니다. 2019년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생산시설에 공격을 가해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자폭 드론 1대의 가격은 150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합니다.

드론이 벌떼처럼 달려들면 군함도 100% 방어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만약 드론을 먼저 보낸 뒤에 파괴력이 더 큰 순항미사일을 바짝 뒤따르게 한다면 그 위협은 훨씬 커질 겁니다. 실제로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시설을 공격할 때 이런 전술을 쓴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앞 ‘자폭 드론’ 뒤 ‘순항 미사일’ 대책은?
유조선 머서 스트리트호가 드론 공격에 의해 파손된 모습. 무인기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폭 드론에 대한 방어력을 갖추는 것이 미 해군의 큰 관심사가 됐다. 미 해군 제공
유조선 머서 스트리트호가 드론 공격에 의해 파손된 모습. 무인기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폭 드론에 대한 방어력을 갖추는 것이 미 해군의 큰 관심사가 됐다. 미 해군 제공
물론 군함에도 촘촘한 방어시스템이 있습니다. 종말 단계 방어를 맡아 ‘골키퍼’라는 이름이 붙여진 네덜란드 탈레스사의 근접방어무기체계(CIWS)는 30㎜ 벌컨포탄을 1초당 70발씩 퍼부어 공격을 막아냅니다. 예광탄으로 쏘면 마치 ‘채찍’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둥근 궤적이 음속으로 돌진하는 미사일을 뚫어 폭발시킵니다. 구경 20㎜인 미국 레이온사의 ‘펠링스’도 광범위하게 보급됐습니다.

그렇지만 벌컨포도 한계가 있습니다. 탄환을 무한정 발사할 수 없어 9분 가량의 재장전 시간이 필요합니다. 대안으로 근접 방어용 ‘함대공 미사일’(ESSM)이 장착돼 있지만 마찬가지로 무한정 발사할 수 없는데다 한정된 공간에 방어용 무기만 무작정 늘릴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미 해군은 이미 오래 전부터 대안을 고민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젠 실체를 공개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나봅니다. 아예 드러내놓고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방어체계 사진을 올렸습니다. 바로 ‘레이저’입니다.

●‘근접방어’도 한계…레이저 눈 돌린 美
8일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미 해군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알레이버크급 이지스구축함 스톡데일(DDG106) 함교 아래에 굉장히 낯선 형태의 무기가 포착됐습니다. 함대공 미사일이나 CIWS를 장착하는 위치에 4개의 구멍이 뚫린 사각형의 장치가 탑재돼 있었습니다.

정체는 ‘오딘’(ODIN)이라고 불리는 미 해군 개발 레이저 시스템이었습니다. 오딘은 간단히 설명하면 드론에 레이저를 쏴 카메라, 적외선 감지기 등 광학장치를 무력화하는 무기입니다. 저출력이기 때문에 드론 동체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진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드론의 ‘눈’을 멀게 해 공격이 불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알레이버크급 이지스구축함 스톡데일(DDG106)에 장착된 ‘오딘’ 레이저 시스템(가운데). 미 해군 제공
알레이버크급 이지스구축함 스톡데일(DDG106)에 장착된 ‘오딘’ 레이저 시스템(가운데). 미 해군 제공
미 해군은 2019년 같은 알레이버크급 이지스구축함인 듀이함(DDG105)에 처음 오딘을 탑재했고, 지난해 스프루언스(DDG111), 올해 스톡데일 등 3척에 장착을 완료했습니다. 추가로 5척에 더 탑재해 8척이 시험 운용에 투입됩니다.

미 해군은 무인기나 순항미사일에 직접 손상을 입히는 고출력 레이저도 개발중입니다. 미 군수업체 록히트마틴이 개발 중인 ‘헬리오스’(HELIOS)는 광학장치 무력화 기능에 더해 직접 드론 등 공격체의 동체를 불태우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탄두를 태우거나 날개를 태워 격추하는 방식입니다.

●‘광학장치 무력화’ 넘어 직접 타격
다만 150㎾의 출력이 필요해 충분한 전력 확보가 관건입니다. 미 해군은 유도탄구축함 프레블호(DDG88)에 헬리오스를 장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오는 12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록히드마틴의 고출력 레이저 ‘헬리오스’ 시스템. 록히드마틴 제공
록히드마틴의 고출력 레이저 ‘헬리오스’ 시스템. 록히드마틴 제공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세이코 아카노 미 해군 소장은 “올해는 무인정찰기를 격추하거나 소형 보트 격침 기술 개발을 목표로 세웠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순항미사일 방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미드 살림 록히드마틴 로터리앤미션시스템즈 부사장도 “레이저로 순항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레이저 무기는 수년 뒤가 아니라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현재 미 해군은 오딘과 헬리오스 기술을 병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딘으로 성공적으로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게 되면 그 기술을 헬리오스 시스템으로 이전해 최종적인 레이저 무기를 개발한다는 계획입니다.

레이저는 1초에 30만㎞를 날아가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에 최적화된 무기로 꼽힙니다. 또 탄약고 폭발 위험이 없고, 적재 공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1회 발사비용이 2000원에 불과해 비용도 저렴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안개 등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확보해야 해 아직은 기술적 진전이 많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미 해군이 록히드마틴과 개발하고 있는 ‘헬리오스’ 레이저 시스템 상상도. 록히드마틴 제공
미 해군이 록히드마틴과 개발하고 있는 ‘헬리오스’ 레이저 시스템 상상도. 록히드마틴 제공
다만 스톡데일에 설치된 오딘의 크기로 봤을 때 레이저 장비 소형화는 상당 부분 진전된 것으로 보여 희망이 보입니다. 오딘은 함정에서 간단히 분리할 수 있어 체계 통합이 필요없다고 합니다.

미 해군이 함대공 미사일이나 벌컨포를 장착하는 곳에 레이저를 장착 한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개발에 성공하면 이들 체계를 레이저로 완전히 대체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겁니다. 향후 기술 개발 과정에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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