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들이 내 얘기 들어준 것만으로도 응어리 풀렸다”

“배심원들이 내 얘기 들어준 것만으로도 응어리 풀렸다”

이태권 기자
입력 2020-03-02 21:20
업데이트 2020-03-03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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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재판 참여한 윤경백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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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백씨
윤경백씨
“시민배심원들께서 제 얘기를 들어 준 것만으로도 가슴속 응어리가 풀렸어요. 억울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이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됐습니다.”

지난달 7일 서울신문 탐사기획부 주관으로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모의법정에서 열린 모의재판을 마치고 나온 윤경백(31·가명)씨의 표정은 한층 밝아졌다. 그는 지난해 5월 오토바이 접촉사고로 발생한 합의금 50만원을 변제하지 못해 벌금 100만원 약식명령을 선고받은 실제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윤씨는 이날 모의재판에서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이 선고될 때까지 누구도 내 형편을 묻지 않았고, 벌금 낼 돈을 마련하지 못해 극단적인 생각조차 떠올릴 때도 내 얘기를 들어 줄 사람이 없었다”며 “법이 나같이 아프고 없는 사람에게는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시민배심원들은 그가 용기를 내 참여한 모의재판에서 질의 응답을 통해 항변을 경청했고 사고 상황 등도 재구성했다.

윤씨는 “모의재판이라지만 두렵고 떨려 배심원단과 눈조차 마주칠 수 없었다”면서도 “일부 무죄를 평결한 배심원단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든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저처럼 벌금형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면서 “법이 힘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

2020-03-0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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