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아킬레스건 티베트를 가다] <4〉냥가쯔·칭짱고원 빙하 감소

[중국의 아킬레스건 티베트를 가다] <4〉냥가쯔·칭짱고원 빙하 감소

입력 2010-07-08 00:00
업데이트 2010-07-08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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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中개발 열풍… ‘세계의 지붕’ 녹아내린다

시가체(日喀則)에서 간체(江孜)를 거쳐 라싸(拉薩)로 이어지는 S307 지방도로를 세 시간 정도 달렸을 때다. 눈 앞에 거대한 빙하가 떡 하니 나타났다. 카로라 빙하다. 옆 표지판을 올려다보니 해발 5500m가 넘는다. 티베트 4대 신산(神山) 가운데 하나인 해발 7141m의 나이친캉상(乃欽康桑) 설산의 계곡에 쌓인 눈이 얼어붙어 만들어진 자연 빙하다. 깍아지른 듯한 절벽에 붙어 있는 빙하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빙하에 매혹돼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하고 있을 때 부근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화석 등 기념품을 파는 티베트 상인 라둔(拉屯)이 조용히 다가와 말을 건넸다. “매년 1m 이상씩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어요. 몇 년 지나면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우린 이곳을 떠나야겠지요.” 몇 년 전까지 도로 바로 위까지 뒤덮였던 빙하는 지금은 20여m 위까지 밀려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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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싸와 시가체 중간 지역에 위치한 카로라 빙하. 주민들은 매년 1m 이상씩 빙하가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라싸와 시가체 중간 지역에 위치한 카로라 빙하. 주민들은 매년 1m 이상씩 빙하가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의 지붕’ 티베트의 빙하는 그렇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기후변화가 주된 요인이다. 티베트자치구 환경보호청 장바이(江白) 부청장은 “전지구적인 기후변화의 영향 때문에 최근 들어 티베트의 기후가 많이 바뀌고 있다.”면서 “티베트 중서부 지역은 지금이 우기인데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동남지역은 강우량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기상국장을 지낸 중국과학원의 친다허(秦大河) 원사는 “지구온난화에 따라 칭짱(靑藏)고원의 빙하 감소가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카로라 빙하를 비롯한 냥가쯔 지역의 대규모 빙하지대는 최근 들어 많은 빙하가 녹아내린 듯 물기를 머금은 맨 땅이 드러난 곳이 적지 않았다.

기상통계로도 티베트 지역의 기후변화를 읽을 수 있다. 1960년부터 2008년까지 티베트자치구의 연평균 기온은 10년마다 섭씨 0.32도씩 상승했다. 중국 평균 상승치보다 6배 이상 높다. 라싸 지역에서는 이례적으로 여름 한낮 최고기온이 30도까지 치솟는 날도 적지 않다. 일부 해외 전문가들은 칭짱고원이 이미 지구온난화의 중점 재해지역이 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계속되는 기온상승으로 얼어붙은 땅이 점점 녹으면서 수십년 뒤엔 아시아지역의 수자원 안전과 생태환경에 심각한 위협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의 과감한 티베트 개발 정책도 자연재앙을 재촉하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빙하가 녹아내려 형성된 야루장푸(雅藏布)강을 막아 대규모 수력발전댐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티베트는 물론 윈난(雲南)성 등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야루장푸강은 히말라야 산맥에서 발원, 티베트 서부와 라싸 등 중부지역을 거쳐 인도로 흘러드는 히말라야 지역의 대표적인 하천이다. 인도 등은 수자원 고갈 및 자연재해 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중국의 댐 건설 계획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은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열린 ‘서부 대개발 업무회의’에서 “개발을 진행하되 생태환경 보호를 더욱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방점은 개발에 찍혀 있다. 빙하의 감소 등 변화에 직면한 티베트 자연환경의 미래가 더욱 우려되는 대목이다.

글 사진 냥가쯔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2010-07-0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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