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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도 미안해서… 눈물 쏟아낸 박혜진의 첫승 인터뷰

잘하고도 미안해서… 눈물 쏟아낸 박혜진의 첫승 인터뷰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1-10-22 02:18
업데이트 2021-10-22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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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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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름의 국가대표 농구 선수 못지않은 활약과 존재감에도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괜찮다고 많은 격려를 받았지만 결국 박혜진(흥국생명)은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자신 때문에 팀이 어렵게 경기를 했다는 생각과 그런 자신을 향한 격려가 고마워서 그랬다.

박혜진이 팀의 주전 세터로 활약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흥국생명은 21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2021~22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 박혜진이 올리고 캣벨이 매조 짓는 환상 조합으로 국가대표 선수가 3명이나 포진한 기업은행을 3-1(22-25 25-17 25-23 25-18)로 꺾었다. 흥국생명 어린 선수들은 개막 2경기 만에 귀중한 첫승 경험을 했다.

이날 캣벨이 혼자서 40점(공격성공률 43.82%)을 올리며 승리에 일등 공신이 됐다. 캣벨이 그만큼 활약할 수 있게 공을 뿌려준 주전 세터 박혜진의 역할도 컸다. 박혜진은 이날 1점이라도 올린 선수 중 유일하게 공격 성공률 100%를 자랑하며 5점을 올렸다.

스타급 주전 선수들의 이탈로 강제 리빌딩을 진행하는 흥국생명으로서는 반가운 활약이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배구 격언처럼 가장 중요한 포지션으로 꼽히는 세터에서 이제 불과 2년차의 선수가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박혜진은 1년 전 열린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지명됐다.

이날 박혜진은 104개의 세트를 시도해 36개를 성공했다. 지난 시즌 10경기에서 38개를 성공한 것과 비교해도, 이날 기업은행의 두 세터 조송화와 김하겸이 합쳐서 44개를 성공한 것과 비교해도 대단한 활약이다.
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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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의 활약에 대해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도 반색했다. 박 감독은 “베테랑들도 쉽지 않은 포지션인데 지금 이 정도 하는 게 내가 볼 땐 기대 이상”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을 찾은 캣벨도 “혜진이가 계속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주전 세터를 치켜세웠다.

결과로도, 감독 및 동료 선수의 칭찬으로도 실력이 입증된 경기였지만 정박 박혜진의 마음은 무거웠다. 박혜진은 승리 소감에 대한 질문에 “이겨서 너무 좋다”면서도 “흔들릴 때 옆에서 괜찮다고 해줬다”고 이날 경기를 곱씹었다.

앞으로 많은 기회를 얻게 될 상황에 대해 박혜진의 대답은 “감독님이 믿고 넣어주시는 만큼 성장하고 안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캣벨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내가 흔들려도 자기가 못 때린 거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해서 편하게 올려줬다”고 답했다. 박혜진의 모든 대답은 한결같이 흔들리는 자신에 대한 자책과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 흔들림을 자꾸 생각하자니 미안함과 고마움이 커졌다. 결국 박혜진은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려다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박혜진은 “팀에게 미안해서…”라고 말을 흐렸다. 이어 “내가 들어가서 흔들려서 오히려 경기를 어렵게 간 것도 있었다”면서 “그래도 옆에서 언니들하고 선생님들이 괜찮다고 해주신 게 감사드리고 그래서…”라고 덧붙였다. 함께 인터뷰를 하던 캣벨이 다독였지만 박혜진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캣벨은 “어려서 그런다. 나도 그 시간을 겪어봐서 잘 안다”고 위로했다.

선수들의 경험이 부족하고 실력을 쌓아가야 하는 흥국생명으로서 어려운 경기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맞서 헤쳐나가다 보면 목표했던 성과 이상을 거둘 수도 있다. 박혜진 역시 찾아온 기회를 잘 잡는다면 기대했던 이상의 성장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화성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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