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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깨다… 세상을 깨우다

침묵을 깨다… 세상을 깨우다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1-10-21 17:26
업데이트 2021-10-22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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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기업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사례가 많다. 우리 사회에 폭로가 늘어나야 하는 이유다. ‘휘슬블로어’는 비윤리적인 차별이 만연한 우버의 조직 문화를 고발한다.  AP 연합뉴스
혁신 기업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사례가 많다. 우리 사회에 폭로가 늘어나야 하는 이유다. ‘휘슬블로어’는 비윤리적인 차별이 만연한 우버의 조직 문화를 고발한다.
AP 연합뉴스
휘슬블로어
수전 파울러 지음/김승진 옮김/쌤앤파커스/308쪽/1만 7000원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첫 발걸음은 ‘폭로’에서 출발한다. 내부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는 부당함에 가려졌던 진실을 드러내고, 이는 사회를 바꾸는 기폭제가 된다. 부당함을 걷어 내는 일은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되지만, 쉽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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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블로어´는 우버에서 당했던 부당한 일을 폭로한 수전 파울러의 자서전이다. 2017년 2월 19일 그는 자신의 블로그와 트위터에 글을 올린다. 우버에 엔지니어로 입사했지만 근무한 첫날부터 노골적인 성희롱을 당했고, 회사에 이를 신고했지만 사측이 사건을 은폐하기에 바빴다는 내용이다. 지나치게 경쟁을 강요하고 비윤리적으로 차별하는 조직 문화 등도 고스란히 담겼다.

글을 올린 지 30분이 지나자마자 그의 전화가 불이 나기 시작했고, 거의 모든 매체가 그의 글과 우버를 주요 기사로 다루었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세계에서 가장 몸값 높은 유니콘 기업’ 우버의 민낯도 벗겨지고, ‘미투’(#MeToo) 운동이 일어났다. 우버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 성공 신화의 주역이었던 트래비스 캘러닉은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책은 나쁜 기업을 들추는 데서 끝나지 않고, 내부 고발을 결심한 저자의 고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파울러에게 한 방 맞은 우버는 손 놓고 당하지만은 않았다. 자료들을 파기하고, 파울러의 과거를 캐고, 그를 불리하게 만드는 것을 찾아냈다. 성차별·성폭력과 맞서 싸워 온 한 여성의 투쟁기는 진실을 폭로하고 감당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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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기업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사례가 많다. 우리 사회에 폭로가 늘어나야 하는 이유다. ‘아이폰을 위해 죽다’는 애플 제품 생산 기지 폭스콘) 공장의 노동 실태를 폭로하는 르포르타주다. 로이터 연합뉴스
혁신 기업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사례가 많다. 우리 사회에 폭로가 늘어나야 하는 이유다. ‘아이폰을 위해 죽다’는 애플 제품 생산 기지 폭스콘) 공장의 노동 실태를 폭로하는 르포르타주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이폰을 위해 죽다
제니 챈·마크 셀던·푼 응아이 지음/정규식·윤종석·하남석·홍명교 옮김
나름북스/410쪽/1만 8000원

휴대폰의 제왕 애플의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도 흥미롭다. ‘아이폰을 위해 죽다’는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전자 제국’ 폭스콘 공장의 노동 실태를 담은 르포다. 폭스콘에서 노동자 자살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하자 3명의 연구자가 중국 각지 폭스콘 제조 현장에 잠입했다. 이곳에서 일하며 수년간 노동자들을 인터뷰하고, 노동자들이 기숙사 건물에서 몸을 던지게 만든 잔혹한 노동 환경을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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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의 독점적 제조 업체인 폭스콘은 경제 대국이 되려는 중국 정부의 목표와 부합해 빠르게 성장했다. 중국 안에서만 40곳 이상의 제조 단지를 운영하며 노동자 100만명을 고용했다. 이들은 농촌 출신 청년 노동자와 10대 인턴 학생들이다. 이들은 전자제품 생산과 배송의 촉박한 일정, 세계 소비 수요의 급격한 상승으로 초과근무를 강요당했다. 아이폰은 지난 10년간 전 세계에서 10억대 이상 팔렸다. 하루 12시간, 주당 100시간이 넘는 중노동에도 아이폰에서 중국 내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이폰4 소매가 549달러 중 10달러, 고작 1.8%에 불과하다. 반면 애플은 수익의 44%를 가져간다. 연이어 자살이 이어질 정도로 극심한 착취를 당하지만, 이를 감독해야 할 중국 정부는 눈을 감았다. 폭스콘은 실태를 폭로한 언론사와의 소송전에 나섰으며, 애플은 노동착취와 환경오염 등에 관한 질문을 외면하며 여전히 세계 최고 기업의 지위를 누린다.

우리의 노동 환경에 비춰 볼 때 두 책의 시사점은 크다.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이는 나일 수도, 내 가족일 수도, 내 친구들일 수도 있다. 이를 외면한다면 변화는 있을 수 없다. 용기 낸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21-10-2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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