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어린이 책] 아이가 배 아플 땐 이유가 있다

[이주의 어린이 책] 아이가 배 아플 땐 이유가 있다

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입력 2018-06-29 17:48
업데이트 2018-06-2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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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가는날/염혜원 지음/창비/48쪽/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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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한 일이다. 아이는 토요일 아침만 되면 배가 아프다. 엄마는 다정한 얼굴로 배를 쓸어 주면서 괜찮을 거란다. 속도 모르는 엄마가 괜스레 야속하다. 생각만 해도 즐거워야 할 토요일에 배가 아픈 건 다 수영 수업 때문이다. 엄마에 이끌려 억지로 온 수영장은 어찌나 시끄럽고 차가운지. 수영 모자는 꽉 끼고 배는 여전히 아프다.

수영장 가장자리에 앉아 다른 아이들이 수영하는 모습만 바라보다 첫 번째 수업이 끝나 버렸다. 신기한 건 수업이 끝나자마자 배가 멀쩡해졌다는 거다. 두 번째 수업 때도 여전히 배가 아팠지만 선생님의 도움으로 조심스레 물에 들어가 본다. 생각보다 물이 따뜻해서인지 배도 덜 아픈 기분이다. 덕분에 팔을 젓고 발차기를 해 본다. 선생님이랑 수영장을 끝까지 건너고 나니 왠지 신나는 걸. 그다음 토요일엔 물 위에 둥둥 뜬 채 천장을 바라보니 미지의 세계가 나를 떠받치는 것만 같다. 이 짜릿한 기분이란.

처음은 늘 떨리는 법이다. 때론 출발선에서 한 걸음 떼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조바심보다 인내심이다.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두려움을 떨쳐내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긴장이 설렘으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다. 처음으로 수영을 배운 아이가 다음 수업을 기다리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2009년 ‘어젯밤에 뭐 했니?’로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하며 국내외에서 주목받은 염혜원 작가의 신작이다.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수영장의 푸른 물과 아이들이 입은 수영복의 다양한 색감이 생생하다. 수영장에 간 첫날 느낀 괴로움과 절망부터 물에서 발장구를 치면서 느낀 기쁨까지 아이가 느낀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8-06-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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