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어린이 책] 부모도 못 끼는 할머니·손주 사이 ‘사랑의 그림책’

[이주의 어린이 책] 부모도 못 끼는 할머니·손주 사이 ‘사랑의 그림책’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16-05-13 17:50
수정 2016-05-1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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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나르는 버스/맷 데 라 페냐 지음/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김경미 옮김/비룡소/40쪽/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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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손주 사이에는 부모도 끼어들 수 없는 각별함이 있다. ‘조건 없음’을 전제로 하는 할머니의 사랑은 아이의 평생을 지지해 주는 터전이 된다. 여기, 그 소중한 관계를 단순하고 아름다운 대화 몇 구절로 압축한 그림책이 있다.

재기발랄한 상상력이나 감정을 한껏 부풀리는 서사는 없다. 불쑥 비어나오는 아이의 질문과 할머니의 대답이 있다. 할머니는 아이의 질문에 한 번도 허투루 대답하는 법이 없다. 엉뚱한 물음이라도 귀찮아하는 기색도 없다. 어떤 물음에도 할머니는 간명하지만 충실하고 다정하게 답을 건넨다. 세상에 발을 내딛고 살아온 만큼 오래 숙성된 지혜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에 정직함, 올바름, 온기를 불어넣는다. 그렇게 할머니는 아이의 삶의 지지대가 된다.

친구처럼 차를 타고 달리는 대신 할머니와 버스를 타는 시제이는 마지막 정거장인 슬럼가에 내린다. “여긴 맨날 왜 이렇게 지저분하냐”는 시제이의 물음에 할머니는 하늘에 걸린 무지개를 가리킨다. “아름다운 것은 어디에나 있단다. 알아보지 못할 뿐이야.” 무료 급식소에 봉사하러 가는 길에 아이는 또 묻는다. “왜 친구들은 안 가는데 우리만 가냐”고. 할머니는 딱하다는 듯 말한다. “그 애들에겐 안타까운 일이구나. 보보나 선글라스 낀 남자를 볼 기회가 전혀 없으니까.” 월스트리트저널이 “물질적으로 부족하다 해서 상상력이나 마음까지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는 것을 명확하고 아름답게 전한다”는 서평을 낸 이유다. 올해 뉴베리상, 칼데콧명예상 수상작으로 두 상을 동시에 받은 첫 그림책이다. 6세부터.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6-05-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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