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전/성철·법정 지음/책읽는 섬/192쪽/1만 3000원
“정말 사람이…사람이 성불할 수 있습니까?”
1967년 12월 5일 경남 합천 해인사 대적광전, 고요를 가르며 한 젊은 승려의 목소리가 카랑카랑하게 울려 퍼졌다. 30대 중반의 법정이었다. 수많은 승려와 불자들의 시선은 성철에게 쏠렸다. ‘가야산의 호랑이’라는 별칭답게 엄격하기로 유명한 성철의 백일법문(百日法門)에 법정이 끼어들었기 때문. 성철은 법정의 도전을 은근히 즐기는 음성으로 답했다.
“내가 자꾸 깨친다 깨친다 하는 것은 사람이 그런 깨칠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 그렇지 않다면 만날 노력해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 중생에게 부처님과 같은 그런 능력이 없다면 아무리 깨치는 공부를 해도 헛일입니다. 자신이 이미 부처임을 아는 것, 그것이 성불입니다.”
‘설전’(雪戰)은 이처럼 한국 불교의 대표적 선승(禪僧)이자 대중의 스승인 성철과 법정의 대화, 그리고 두 사람의 인연의 흔적들을 발굴해 처음으로 엮었다. ‘성철 불교’의 본질을 끌어낸 법정의 지혜로운 질문과 거기에 화답해 인간 존재와 현상의 심층을 드러내는 성철의 대답이 큰 울림을 준다.
성철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필했던 원택의 증언은 성철과 법정 사이에 있었던 일화들과 두 사람의 대화 속에 담긴 내밀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게 한다.
원택은 “뭇 제자와 후학들은 성철 스님 앞에 서면 오금을 펴지 못했다. 그런데 법정 스님은 성철 스님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의심스러운 것이 있으면 꼬치꼬치 캐물었다”고 회고했다. 출판사는 “한 시대의 정신을 상징했던 두 큰 스승의 대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고전으로 남을 것”이라고 평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1967년 12월 5일 경남 합천 해인사 대적광전, 고요를 가르며 한 젊은 승려의 목소리가 카랑카랑하게 울려 퍼졌다. 30대 중반의 법정이었다. 수많은 승려와 불자들의 시선은 성철에게 쏠렸다. ‘가야산의 호랑이’라는 별칭답게 엄격하기로 유명한 성철의 백일법문(百日法門)에 법정이 끼어들었기 때문. 성철은 법정의 도전을 은근히 즐기는 음성으로 답했다.
“내가 자꾸 깨친다 깨친다 하는 것은 사람이 그런 깨칠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 그렇지 않다면 만날 노력해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 중생에게 부처님과 같은 그런 능력이 없다면 아무리 깨치는 공부를 해도 헛일입니다. 자신이 이미 부처임을 아는 것, 그것이 성불입니다.”
‘설전’(雪戰)은 이처럼 한국 불교의 대표적 선승(禪僧)이자 대중의 스승인 성철과 법정의 대화, 그리고 두 사람의 인연의 흔적들을 발굴해 처음으로 엮었다. ‘성철 불교’의 본질을 끌어낸 법정의 지혜로운 질문과 거기에 화답해 인간 존재와 현상의 심층을 드러내는 성철의 대답이 큰 울림을 준다.
성철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필했던 원택의 증언은 성철과 법정 사이에 있었던 일화들과 두 사람의 대화 속에 담긴 내밀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게 한다.
원택은 “뭇 제자와 후학들은 성철 스님 앞에 서면 오금을 펴지 못했다. 그런데 법정 스님은 성철 스님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의심스러운 것이 있으면 꼬치꼬치 캐물었다”고 회고했다. 출판사는 “한 시대의 정신을 상징했던 두 큰 스승의 대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고전으로 남을 것”이라고 평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6-02-20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