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역사’에 함께한 동물 유대 회복의 길은 요원한가

‘인간의 역사’에 함께한 동물 유대 회복의 길은 요원한가

함혜리 기자
입력 2016-02-19 22:42
수정 2016-02-19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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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로… 식량으로… 전쟁·교통의 수단으로…

위대한 공존/브라이언 페이건 지음/김정은 옮김 반니/408쪽/1만 8000원

이집트 사키라에서 발견된 기원전 2349년쯤의 무덤 벽화는 나일강 유역에서 일찍부터 당나귀를 길들여 짐을 운반하는 데 사용했음을 보여준다(왼쪽). 진시황의 병마용 중 전차와 기병. 진시황은 말이 끄는 전차와 기병대, 금속제 무기로 중국을 통일했다. 반니 제공
이집트 사키라에서 발견된 기원전 2349년쯤의 무덤 벽화는 나일강 유역에서 일찍부터 당나귀를 길들여 짐을 운반하는 데 사용했음을 보여준다(왼쪽). 진시황의 병마용 중 전차와 기병. 진시황은 말이 끄는 전차와 기병대, 금속제 무기로 중국을 통일했다.
반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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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의 병마용 중 전차와 기병. 진시황은 말이 끄는 전차와 기병대, 금속제 무기로 중국을 통일했다. 반니 제공
진시황의 병마용 중 전차와 기병. 진시황은 말이 끄는 전차와 기병대, 금속제 무기로 중국을 통일했다.
반니 제공
인간과 동물은 오랫동안 지구의 주인으로서 상호의존하는 동반자였다. 수렵시대에 동물은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으며, 사냥을 하더라도 먹을 만큼만 할 정도로 존중받았다. 숭배의 대상으로 여겨진 적도 있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동물을 소비하고 이용하고 지배하기 시작했으며 오늘날 동물은 일상적 수탈과 억압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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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브라이언 페이건은 ‘위대한 공존’에서 인간과 동물의 오랜 역사를 탐색하며 뒤틀린 관계를 건강하게 되찾자고 역설한다. 책은 개, 염소, 양, 돼지, 소, 당나귀, 말, 낙타 등 여덟 동물을 중심으로 인간과 짐승이 상호 동반자로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나아가 짐승의 뛰어난 자질과 놀라운 이로움이 인류 역사 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살핀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동물은 개다. 적어도 1만 5000년 전 인간과 늑대의 관계는 친숙함과 존중에서 협력과 동료애로 발전했고, 그 후손은 인간 가족의 일원이 된다. 1만 2000년 전부터 사람들은 가축을 길들이기 시작했다. 염소와 양은 순했고 길들이기 좋았으며 젖은 요긴한 식량으로 쓰였고 털은 쓰임새가 많았다. 염소와 양을 울타리에 가두고 소유하면서 사유재산의 개념이 생겨났다.

돼지 역시 풍부한 단백질의 근원이 됐고 돼지를 잡아 축제를 여는 과정에서 동맹을 맺고 부족의 힘을 과시할 수 있었다. 소는 동력을 제공했다. 밭을 갈고 짐을 운반하며 젖과 고기를 제공했다. 그리스에선 소가 왕권을 상징하기도 했으며 신과의 교감에 필수적이었다. 희생제물로 쓰이는 소는 귀하게 대접받았다.

한 사람의 몰이꾼이 모는 낙타 대상. 외딴 사막에서 인간과 동물의 동반자 관계가 얼마나 잘 정립되는지를 보여준다. 반니 제공
한 사람의 몰이꾼이 모는 낙타 대상. 외딴 사막에서 인간과 동물의 동반자 관계가 얼마나 잘 정립되는지를 보여준다.
반니 제공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는 데에도 동물의 공헌이 지대했다. 당나귀는 건조한 사막 지역의 여행 경로를 바꿔놓았고 낙타는 ‘사막의 배’로서 사하라 사막을 넘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대륙을 잇는 교량이자 픽업트럭으로 기능한다. 말은 인간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인간의 행동반경은 말을 타고 더 먼 곳으로 나아갔으며 전쟁터에서도 유용했다. 말 덕분에 칭기즈칸은 중국을 통일했고 세상은 다른 차원으로 접어들었다. 저자는 “인간과 동물은 친숙한 관계를 맺으며 유대와 협력을 해 왔다. 이런 관계가 없었다면 오늘날 인류문명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짐승 등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 중 하나로 서구 사회의 기독교적 세계관을 꼽는다. 신의 형상을 닮은 인간이 동물세계를 지배하고 자신의 이익과 쓰임에 따라 부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태도로 인해 수천 년 넘게 짐승들은 학대받고 멸종에 이르도록 학살당해 왔다고 분석한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과 짐승 사이의 관계는 극단적으로 양분됐다. 어떤 동물은 존중받으며 소유자의 자부심이 된 반면 어떤 동물은 단순한 상품으로 전락했다. 애완동물이 전자라면, 사육동물은 후자다. 특히 사육동물의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짐승들은 인간과 심리적·정서적으로 거리가 멀어졌다. 현재 대부분의 동물은 노예처럼 착취당하고, 먹히고 있다. 야생 동물의 경우도 처참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차별적 남획으로 지금 이 순간도 60초에 한 종씩 멸종의 운명을 맞고 있다.

저자는 “인간이 다른 인간과 관계를 지속해야 하듯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야생의 힘과도 친밀한 유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본질적으로 인간은 동물이라는 점에서 짐승과 같으며, 평등한 공존과 상생을 꾀하려 할 때 인간 사이의 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강조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6-02-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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