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여는 세상, 아름다움을 꿈꾼다

꽃이 여는 세상, 아름다움을 꿈꾼다

입력 2014-10-21 00:00
업데이트 2014-10-21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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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형영 아홉 번째 시집 ‘땅을 여는 꽃들’

“미당(未堂) 서정주, 일초(一超) 고은, 나무 정현종. 세 분에게는 귀기(鬼氣)가 느껴진다. ‘반 귀신’이 씌운 분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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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형영
시인 김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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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형영(70)도 ‘반 귀신’이 되고 싶었다. 귀기가 서려 있는 시를 쓰고 싶었다. 등단 49년의 시인은 바람대로 되었다. 그의 시에는 그만의 귀기가 배어 있다. 혼탁한 세상을 아름답게 거듭나게 하는 신비스러운 기운이다. 시인도 “아름다운 것들이 세상을 열어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모습을 늘 꿈꾼다”고 말한다. 아홉 번째 시집 ‘땅을 여는 꽃들’(문학과지성사)엔 그의 염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봄비 오시자/땅을 여는/저 꽃들 좀 봐요.//노란 꽃/붉은 꽃/희고 파란 꽃,/향기 머금은 작은 입들/옹알거리는 소리,/하늘과/바람과/햇볕의 숨소리를/들려주시네.//눈도 귀도 입도 닫고/온전히/그 꽃들 보려면/마음도 닫아걸어야겠지.//봄비 오시자/봄비 오시자/땅을 여는 꽃들아/어디 너 한번 품어보자.’(땅을 여는 꽃들)

시인은 꽃이 세상을 여는 봄의 장면을 표제작으로 다뤘다. 이 밖에도 ‘봄·봄·봄’, ‘봄나비처럼’ 등 봄을 배경으로 한 시들이 유독 많다. 아름다운 것이 세상을 창조하고 새로 개벽한 세상은 이전보다 더 아름다워진다는 생각을 담기에 봄만큼 적절한 계절이 없기 때문이다. 시인은 우리 사회의 가식이 아름다운 세상을 좀먹는다고 본다. ‘인간이 주고받는 말에는 거짓이 숨어 있고’(인간의 말에는) ‘우리가 주고받는 말들은 의미가 깊다 해도 영적 교감은 아니라’(교감)고 꼬집는다.

‘저승에서도 이승 바라보며 진실을 빌어줄 시인’(시인 박재삼), ‘유일무이한 보물’(공초 오상순) 등 옛 시인들이 그리운 이유다. 시인은 “박재삼, 오상순 같은 순수한 분들이 세상에 많아야 하는데 요즘은 순수한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사라져 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순수함에 대한 지향은 생물·무생물에까지도 확대된다. 새와도 꽃과도 바위와도 얘기를 나눈다. 자연도 순수한 영혼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천지 창조한 분이 창조주라면 창조주가 만든 나무, 곤충 등에도 그분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본다.” 가톨릭 사상을 시의 근저에 깔고 있지만 종교에 머물지 않는 사상적 배경이다. 시인은 요즘 그가 닮고자 했던 ‘서정주·고은·정현종’ 세 시인에 대한 시를 쓴다. ‘제일과, 끝끝내 덜된 집’ ‘제이과, 한번 깨친 듯 멋대로 부는 바람’ ‘제삼과, 겨울에도 열매 맺는 나무’다. 제목은 세 시인의 호가 지닌 의미를 풀어서 지었다. 시인은 “쓰고 고치고를 여러 번 반복한다. 고치는 게 즐겁다”고 말한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4-10-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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