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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은 일상의 작은 창조도 섬세함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

“미학은 일상의 작은 창조도 섬세함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

입력 2014-01-14 00:00
업데이트 2014-01-1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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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20주년 맞은 ‘미학 오디세이’ 저자 진중권 교수

한때 이 책을 본 많은 고등학생들이 미학을 전공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는 말도 있다. 이 중 상당수가 진학을 한 뒤에 후회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뒤따른다. 이 책의 저자는 “세월이 흘러 고쳐 쓸까 생각을 했는데, 구성이 너무 촘촘하게 돼 있어 어려웠다”면서 책의 완벽함을 에둘러 설명했다. 올해 출간 20주년을 맞은 ‘미학 오디세이’와 그 저자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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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교수 연합뉴스
진중권 교수
연합뉴스
13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출판사 휴머니스트 사옥에서 만난 진 교수는 “미학은 미와 예술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생활 속에 존재하는 것들을 바라볼 수 있는 틀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미학은 예술을 해부하고 분석해 그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면서 “개개인의 일처리 방식에서 일어나는 작은 창조조차 조금 더 섬세한 감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고 덧붙였다.

자타 공인 미학 입문서의 대표작인 ‘미학 오디세이’는 일단 그 역할에 충실했다. 1993년 1권을 탈고하고 이듬해 세상에 내놓으면서 대중에게 생소했던 미학을 소개해 확산시켰다. 네덜란드 판화가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와 벨기에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를 조명한 1, 2권은 근대철학의 관점에서 소통의 예술을 이야기했다. 10년 후 낸 3권으로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판화가인 피라네시를 통해 탈근대의 미학을 소개하면서 시리즈를 완성했다. 초판 이후 지금까지 83만권 정도 팔려 나갔고, 여전히 읽힌다. 20주년 기념판에는 미술사가 유홍준의 추천사를 덧대고, 저자의 회고를 담은 ‘나는 미학 오디세이를 이렇게 썼다’가 붙었다.

미학은 여전히 어렵다는 말에 진 교수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꺼내 들었다. 산초 판자가 대단한 미각을 가진 자신의 조상에 대해 자랑하는 장면이다. “마을 사람들이 그들에게 포도주 맛을 평가해달라고 했대요. 형이 맛보더니 ‘훌륭한데 끝에 쇠맛이 조금 난다’하고, 동생은 ‘좋은데 끝에 가죽맛이 난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비웃었는데 통을 비워보니 바닥에 가죽 끈이 달린 작은 열쇠가 있었다죠.” 남들보다 더 섬세하게 오감으로 사물을 볼 수 있게끔 해주는 게 미학이라는 설명이다.

정치논객으로 이름 날리는 요즘이라, 얘기가 정치비평 쪽으로 흘러가자 그는 “논객질을 빨리 접고 싶다. 논객으로 유명해진다고 해서 책이 잘 팔리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러다가 욕 먹으면 책 판매가 줄어든다”며 농담을 섞어 말했다. 그는 “아직 우리나라에 미학 개론서가 없어서 이것을 이론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것을 끝내면 본격적으로 미학사를 쓸 계획을 세워두었다”면서 미학자로서 본령을 확인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2014-01-1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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