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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지긋지긋한 빚의 전쟁

돈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지긋지긋한 빚의 전쟁

입력 2014-01-04 00:00
업데이트 2014-01-04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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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의 전망/필립 코건 지음/윤영호 옮김/세종연구원/436쪽/2만 2000원

흔히 돈이라 불리는 화폐. 이 화폐는 경제의 논리가 생성된 이후로 줄곧 핵심 요소로 작용해 왔다. 실제로 화폐 없는 경제는 있을 수 없으며 현대경제는 화폐가 가진 순·역기능의 조절과 해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혹자는 지금 글로벌 위기의 본질을 화폐정책의 실수에서 찾기도 한다.

‘화폐의 전망’은 바로 그 화폐의 본질을 꿰뚫어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제 혼란을 해부해 눈길을 끈다.

책 제목만 볼 때 그저 단순한 화폐 관련 총서로 비쳐진다. 하지만 돈의 맥락에서 금융의 역사와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튼실한 대안을 제시한 역저다. 조개껍질 같은 초기의 화폐 형태에서 지폐, 전자화폐까지 온갖 형태로 변화해 온 화폐사의 추적이 책의 기본 바탕이다. 그러면서 화폐의 변천사와 맞물린 부채며 신용의 사례를 들춰 위기의 본질을 보게 만드는 구성이 흥미롭다.

‘금융업은 국가를 채권자와 채무자의 두 집단으로 분리하고, 두 집단을 서로에 대한 증오로 가득 채운다.’ 19세기 초반 미국 사상가 존 테일러가 일찍이 간파한 돈의 해악이다. 저자는 이 말을 들어 현재의 금융 위기야말로 돈의 본질과 깊이 연관돼 있음을 들춰낸다. 채권자와 채무자의 갈등은 사실상 돈의 탄생과 더불어 시작됐고 경제사도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투쟁사라는 것이다. 서구의 많은 국가에서 부채의 총 가치는 연간 경제 생산가치의 3∼4배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 시각에서 돈과 부채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어떻게 변해 왔고 변할 것인지를 더듬는다.

‘돈은 부채이고 부채는 돈이다.’ 돈과 부채의 연관성을 현대경제의 필수요소라는 신용으로 연결하는 대목도 독특하다. 2011년 8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채무국의 지위를 의미하는 AAA 등급을 상실했다. 요컨대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데 필요한 신용이 감소한 것이다. 책은 그 결과로 야기된 혼란에 주목해 지금 경제가 중대한 위기에 봉착해 있음을 보여 준다. 신용은 금융거래에 사용될 수 있지만 투기조장에도 사용될 수 있다는 해악의 사례들이 그런 측면에서 곁들여진다.

저자는 지난 40년 동안 누적된 엄청난 부채는 단번에 상환될 수도 없고 상환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채무국들은 공식적인 디폴트를 선언하든 정부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조장하든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것이란 진단이다. G2로 불리는 미·중 관계의 언급도 흥미롭다. “채무·채권국의 관계를 포함해 좀 더 강력하고 긴밀한 협력을 취하겠지만 단시일 내에 중국의 위안화가 현재의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를 대치하지는 못할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4-01-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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