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 후손 허영만 ‘허허 동의보감’ 출간
만화가 허영만(65) 화백은 매주 수요일 밤마다 ‘과외 수업’을 받고 있다. 벌써 3년째다. 한 번에 과외교사 3명을 모시고, 2~3시간씩 공부에 몰두한다. ‘식객’, ‘관상’ 등을 비롯해 작품마다 철저한 사전 취재로 유명한 그가 이번에 매달린 공부는 한의학이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3/08/20/SSI_2013082016402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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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화백은 20일 서울 종로구 재동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평생 만화가를 하는 게 꿈인데 직업병으로 어깨가 자주 아파 건강에 관심이 많았다. ‘식객’ 때 만난 한의사 한 분이 ‘동의보감을 보면 섭생이 건강을 좌우한다’고 얘기한 것을 가슴에 품고 있다가 기회가 닿아 그리게 됐다”고 밝혔다. 허 화백은 양천 허씨 31대손으로 20대손인 허준의 후손이다. 허 화백은 “동의보감(1610년)이 나온 지 400년이 됐는데 한집안 사람이어서 개인적으로 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허허 동의보감’의 ‘허허’는 허준 선생과 허 화백의 작품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출판사 측은 설명했다.
동의보감을 다룬 기존의 소설, 드라마, 만화들이 허준의 인물 스토리 위주였던 것과 달리 ‘허허 동의보감’은 전문의학서의 내용에 초점을 맞춰 차별화를 꾀했다. 허 화백은 “동의보감은 병을 고치기 위한 책이 아니라 병이 나지 않도록 하는 책”이라면서 “독자들이 가능하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실용적으로 그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입문서 격인 1권에는 병이 아니라 병을 일으키는 근본을 치료하고, 자연의 이치에 맞게 섭생하고 생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는 한편 허 화백이 직접 전문가와 함께 약초 산행을 다녀온 에피소드도 곁들였다.
허 화백은 “동의보감을 연재하고 있으니 난 무조건 오래 살아야 한다”면서 “과외 교사인 한의사 세 분이 힘 떨어질까봐 열심히 한약을 조달하고 있다”고 웃었다. 적게 먹는 것과 많이 움직이는 것을 건강 비법으로 소개한 허 화백은 “돈과 명예를 내려놓더라도 건강에는 욕심을 부려라”고 조언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2013-08-21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