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애덤 스미스를 다시 읽는다】 도메 다쿠오 지음 동아시아 펴냄
주류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개인의 이기심에 근거한 경제 행동이 사회 전체의 이익을 가져온다며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의 개념을 주창했다. 이를 근거로 자유시장 경제학자들은 경제 발전과 사회 번영에 필요한 것은 정부의 규제가 아니라 자유라고 강조해 왔다.하지만 2008년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촉발된 전 세계적 금융 위기는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 대한 반성과 불신을 불러왔다. 덩달아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 이론에도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다. 그의 사상에 오류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그를 오해한 것일까.
‘지금 애덤 스미스를 다시 읽는다’(도메 다쿠오 지음, 우경봉 옮김, 동아시아 펴냄)는 후자의 시각에서 애덤 스미스를 재조명하고 있다. 그가 생전에 남긴 두 권의 저서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의 철저한 분석에 입각해서다. 저자는 애덤 스미스가 살았던 18세기 영국의 현실과 시대적 문제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토대로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의 올바른 해석을 제시한다.
저자는 애덤 스미스를 시장 만능주의자로 보는 건 오해라고 주장한다.
‘도덕감정론’의 첫 구절은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인 존재라 하더라도 그 천성에는 분명히 이와 상반되는 몇 가지가 존재한다’로 시작된다. 개인의 이기심을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파악한 건 맞지만 이때의 개인은 사회에서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타인과 서로 동감하는 사회적 존재로, 도덕감과 정의심을 갖고 있다고 상정한다.
즉 애덤 스미스는 이기심이 정의에 의해 제어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경쟁만이 진정한 사회질서와 번영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애덤 스미스는 또 부(富)의 기능을 부자와 가난한 이들을 연결하는 매개의 수단으로 생각했고, 이런 기능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경제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18세기 유럽 경제는 특정 상인과 거대 제조업자들의 독점과 부정으로 부의 기능이 왜곡된 상태였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는 정부의 감시나 법적인 규제 대신 개인의 도덕성을 중시했다.
그가 보기에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가 구축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그 사회가 얼마나 도덕적으로 성숙한 사회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국부 창출과 번영의 기본 원리를 집대성했지만 부와 지위에 대한 무절제한 추구가 오히려 개인의 행복을 저해하고 사회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경고도 남겼다. 지금 우리가 애덤 스미스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다. 1만 3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10-12-25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