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석탑 펴냄
‘교단일기’(석탑 펴냄)는 공교육 진학 전문 교사들의 리얼 리포트를 묶은 책이다.2009년 7월부터 여성 주간지 ‘미즈내일’에 매주 연재된 리포트는 학부모들은 알지 못하는 교실 안, 학교 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떤 학부모는 교단일기를 수십장 복사해서 만나는 엄마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선생님 부재 시대’에 마음 한쪽에서 아직 자리를 지키는 ‘진짜 선생님’에 대한 학부모들의 갈망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책의 저자는 교단에 선 지 20~30년 된 교사들이다. 수십년의 경험에서 우러난 생생한 이야기들은 흔히 볼 수 있는 교육서와 ‘교단일기’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전경원 하나고 교사는 진학 상담을 한 제자 L의 이야기로 교단일기를 썼다.
“L이 비행기 조종사가 되기로 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비행기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호기심이 있던 그 시기 친구와 단둘이 무작정 김포공항까지 찾아갔단다.…점잖은 파일럿 한분이 퇴근하던 발걸음을 돌려 아이들을 비행기 조종실로 안내해 계기판과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장면을 친절히 설명해줬다고…L의 성적은 그야말로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자신의 꿈조차 포기할 수 없어 찾아낸 길이 바로 한서대 항공운항과다. L은 방학 때마다 한서대에 찾아가 학과장, 학장 등과 수차례 면담을 했고, 비행기 조종사가 되는 데 필요한 과정을 스스로 찾아 준비해왔다. 항공기무선교신사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한 방법을 물으니 답변이 가관이다. 세운상가에 가서 무선주파수를 여러 개 사용할 수 있는 무전기를 사 고층 아파트 자신의 방 창가에 놓고 주파수를 이리저리 맞추다 보니 김포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와 관제탑의 교신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단다. 예상대로 L은 최종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학교의 모든 아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준 사례다.…”
교육계는 개혁이 가장 더딘 조직 중의 하나로 꼽힌다. 이 책의 저자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며 이러한 지탄에 반성하고 주위를 겸허히 돌아보자고 말한다.
교육 현장의 변화는 제도와 정책보다 교육 주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출발은 내 자녀와 학교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 책은 분명히 그 실마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1만 2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0-12-25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