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선율 위 피어난 詩… 음악 순수한 본질에 닿다

피아노 선율 위 피어난 詩… 음악 순수한 본질에 닿다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0-11-17 17:28
업데이트 2020-11-18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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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가곡 앨범 낸 베이스 연광철·피아니스트 김정원

김정원 “앨범에 목소리 담자” 제안
연광철, 30여년 만에 첫 녹음 작업
숭어·헌정 등 16곡 한 음반에 모아
‘향수’ 주제로 24일 듀오 리사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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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무대를 누비며 활약한 두 음악가, 베이스 연광철(왼쪽)과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클래식 선율에 아름다운 시를 입힌 독일 가곡 음반으로 만난다. 이들은 오는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향수’를 주제로 노래한다. 아래는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음악가가 앨범 수록곡 슈만의 ‘그대는 한 송이 꽃과 같이’를 선보이는 모습. 오드 제공
유럽 무대를 누비며 활약한 두 음악가, 베이스 연광철(왼쪽)과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클래식 선율에 아름다운 시를 입힌 독일 가곡 음반으로 만난다. 이들은 오는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향수’를 주제로 노래한다. 아래는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음악가가 앨범 수록곡 슈만의 ‘그대는 한 송이 꽃과 같이’를 선보이는 모습.
오드 제공
“저는 사실 뭔가 남기는 걸 원치 않았어요. 지금도 사실은 굉장히 부끄러운 마음이 많고, 앨범에 음악가 이름들이 써 있는데 제 이름이 더 크게 나온 것이 정말 어색해요.”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도중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자신의 노래에 베이스 연광철은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 김정원마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머리를 무겁게 내려놓자 두 음악가가 모두 얼굴을 싸맨 듯한 묘한 그림이 만들어졌다.

두 사람은 슈베르트와 슈만, 브람스, 슈트라우스의 곡이 바탕이 된 독일 가곡 16곡을 담은 앨범을 냈다. 1993년 국제 플라시도 도밍고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린 뒤 주로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한 연광철에게 이번 앨범은 30여년 만에 처음 제대로 녹음한 작품이다. 2010년 정명훈과 낸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연주 실황 앨범이나 오페라 라이브 앨범은 있지만 녹음을 목적으로 두진 않았다.

“좋은 음악가들이 얼마든지 있고, 남기는 작업을 좋아하는 음악가도 많은데 ‘굳이 나까지?’라는 생각을 했다”는 그는 “음악이란 게 현장에서 그 시간에 함께하지 못하면 그 느낌을 충분히 감상하기 어렵다고 여겼다”는 지론을 털어놨다. 게다가 독일어로 노래를 남기는 게 어떻게 들릴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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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부터 세계적 음악 축제인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에만 100회 넘게 섰고 매년 60~70차례 바그너, 베르디 등의 오페라 주역으로 관객들을 만난 그였다. 2018년엔 독일 주정부가 수여하는 궁정가수(캄머쟁어)로도 선정된 그의 바탕에 자신에 대한 엄격함이 자리잡고 있는 듯했다. 그의 마음을 돌린 건 피아니스트 김정원과 코로나19였다. 내년 4월까지 유럽과 미국 등에서 계획된 60개 공연이 모두 취소된 연광철에게 김정원은 그의 목소리를 앨범에 담자고 했다. 김정원은 “저도 스물넷에 처음 낸 쇼팽 스케르초 앨범 속 연주가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그때 치기 어린 모습도 내 발자취였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다”며 “남기는 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올해 한국에서 만난 두 사람은 슈베르트 ‘숭어’, 슈만 ‘헌정’, 브람스 ‘오월밤’, 슈트라우스 ‘내일이면’ 등 국내에도 익숙하고 아름다운 독일 가곡을 한 음반에 모았다. 김정원은 독일 가곡이야말로 연광철의 ‘극 강점’이라고 소개했고, 나성인 음악평론가는 “클래식과 시가 더해진 독일 가곡으로 만났다는 것은 두 음악가가 음악의 가장 순수한 본질에 닿았다는 의미”라고도 설명했다.

두 사람은 앨범 수록곡에 김순애 곡 ‘사월의 노래’, ‘그대 있음에’, 김동진 곡 ‘가고파’ 등을 더해 ‘향수’를 주제로 오는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듀오 리사이틀로 관객들과도 만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0-11-1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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