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의 로맨틱한 음악 넘어 진짜 삶을 봤다”

“슈만의 로맨틱한 음악 넘어 진짜 삶을 봤다”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0-10-06 23:52
업데이트 2020-10-07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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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건우 ‘슈만’ 전국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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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일부터 두 달간 전국 투어를 갖고 슈만의 삶을 풀어낼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 피아니스트가 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갖고 ‘백건우와 슈만’ 공연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오는 9일부터 두 달간 전국 투어를 갖고 슈만의 삶을 풀어낼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 피아니스트가 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갖고 ‘백건우와 슈만’ 공연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어떤 심정으로 정신병원 갔는지도 공감
순수함과 인생의 쓰라림 양면 그리고파
파리서 귀국 후 격리기간 행복하게 연습
코로나 겪은 후 음악의 필요성 더 절실”

“참으로 복잡한 인생이었죠. 특별히 표현하고 싶은 세계가 있었어요.”

지난해 12월 쇼팽 야상곡으로 국내 팬들을 만났던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올해 슈만을 연주하며 “그의 삶이 이제 좀 이해가 된다”고 했다. 누구나 그렇듯 백건우 자신도 젊었을 땐 ‘카니발’(사육제)이나 ‘판타지’, ‘크라이슬레리아나’ 등을 연주했다. “그런 곡은 로맨틱하고 아름답지만, 왠지 슈만이란 작곡가가 불편했어요. 그 이유를 잘 몰랐는데 이번에 보니 슈만의 세계가 그만큼 복잡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 불편함을 짚고 넘어가야 또 한 고비를 넘을 것 같았다던 거장은 그렇게 아름다움을 넘어 진짜 삶을 봤다고 했다. “그땐 사실 상상하기가 힘들었죠. 어떤 심정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사랑하는 클라라와 아이들에게 위험이 되지 않게 거기(정신병원)서 혼자 걸어나왔는지. 그런 슈만을 생각하게 됐죠.” 그렇게 슈만을 찾아낸 비결로 “모든 답은 항상 악보에 있다”고 에둘렀다.

70대에 알게 된 슈만의 깊이를 그는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두 달간 이어질 전국 투어 ‘백건우와 슈만’을 통해 풀어낸다. 슈만이 작곡가로 처음 이름을 알린 ‘아베크변주곡 1번’, ‘아라베스크’, ‘새벽의 노래’, ‘어린이의 정경’ 등을 거쳐 슈만이 라인강에 몸을 던지기 전에 쓴 ‘유령 변주곡’ 등으로 리사이틀을 장식한다. 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백건우는 “초기와 마지막 해에 초점을 둬 슈만이 죽을 때까지 어린이 같은 순수함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인생의 쓰라림을 표현했던, 그 양면을 그리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달 21일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해 전날까지 자가격리를 했다. 적잖이 불편했을 텐데도 “오히려 조용히 연습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했다. 코로나19라는 벽을 두고는 “오히려 음악이 더 필요한 것임을 더욱 절실하고 강하게 느끼게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코로나19와 관계없이 언제든 삶을 명확하고 옳게, 아름답게 채울 수 있는 게 음악”이라고도 덧댔다.

리스트, 슈베르트, 스크랴빈과 라흐마니노프 등 늘 작곡가의 내면을 파고들어 ‘건반 위의 구도자’라고도 불리는 그에게 “다음은 누구냐”고 묻자 “누가 나타날까”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기다리는 레퍼토리가 너무 많다”고 했다. 국내 팬들에게 인사말을 부탁하니 무뚝뚝하면서도 따뜻한 로맨티스트 같은 답이 돌아왔다. “아니 뭐, 40, 50년을 같이했는데 특별히 또 무슨…. 이때까지 사랑해주신 거에 고맙게 생각하죠.”

알츠하이머 투병 중인 아내이자 배우 윤정희의 안부는 아쉽지만 듣지 못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0-10-0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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