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전성기’ 벤게로프 31일 국내 무대 앞두고 메일 인터뷰
‘막심 막시무스(최상급이란 뜻의 라틴어)가 온다.’예브게니 키신, 바딤 레핀과 함께 ‘러시아 신동 삼총사’로 묶이는 바이올린 연주자 막심 벤게로프(42)가 3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1994년 이후 여섯 번째 내한이다.
막심 벤게로프 바이올리니스트
하지만 환희 가득한 날들만 이어진 건 아니다. 요즘 벤게로프를 설명할 때마다 붙는 ‘제2의 전성기’ 이전 깊은 굴곡의 시간이 있었다. 2005년 어깨 부상으로 2007년 연주를 중단하게 된 것. 2011년 재기에 성공하면서 ‘영웅의 귀환’(뉴욕타임스)이란 평가까지 받았지만 후유증은 남았을 법하다.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묻자 벤게로프는 “오래전 일이고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은 내용”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파가니니도 5년을 쉬었고 호로비츠도 12년을 쉬었죠. 음악가들은 자신의 음악을 돌아보고 발전시킬 시간이 필요해요. 저는 3년을 쉬면서 지휘라는 새 분야를 익혔고 완전히 새로운 음악가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죠.”
공백 기간 지휘자로 새 터전을 일군 그는 지휘봉을 잡는 무대에도 활발히 서고 있다. 요즘에는 연주와 지휘를 병행하는 연주회를 주로 선보인다. “연주와 지휘는 완전히 다른 직업입니다. 동시에 한다는 게 힘든 일이지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도전적인 과제를 해낼 수 있다고 봐요.”
이번 연주회에서 그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d단조 가운데 샤콘’,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7번 c단조’, 파가니니의 ‘가슴 설렘’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골랐다. 그는 “프로그램 전체가 관객에게 하나의 ‘듣는 여행’으로 다가갈 수 있게, 시대별로 다양한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짰다”고 귀띔했다.
이제 40대에 접어든 벤게로프의 음악 인생을 이루는 또 하나의 축은 교육이다. 영국 왕립음악학교 교수를 지내며 후학을 길러내고 에후디 메뉴인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등 심사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우리 시대의 인류는 정치적, 종교적 충돌로 아직도 완전한 평화를 누리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니 음악이 중요합니다. 세계 공통 언어인 음악에 담긴 감정과 의미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거든요. 우리가 음악을 연주하는 순간 사람들이 서로 같은 감정으로 연결된다는 것, 음악이 우리 인생에 커다란 인장을 남긴다는 것의 의미를 젊은 연주자들이 깊이 새겼으면 합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6-05-16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