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와 7번째 영화로… 홍상수, 베를린의 선택 받다

김민희와 7번째 영화로… 홍상수, 베를린의 선택 받다

이슬기 기자
입력 2020-03-01 22:22
수정 2020-03-02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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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친 여자’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호명되자 연인과 포옹 후 무대에 올라
“함께 일한 여배우들이 박수받았으면”


한국영화론 김기덕 수상 이후 두 번째
2017년엔 김민희가 여우주연상 받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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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현지시간) 제70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홍상수(가운데) 감독이 배우 김민희(왼쪽), 서영화와 레드카펫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홍 감독은 이 영화제에서 ‘도망친 여자’로 은곰상을 수상했다. 베를린 AFP 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제70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홍상수(가운데) 감독이 배우 김민희(왼쪽), 서영화와 레드카펫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홍 감독은 이 영화제에서 ‘도망친 여자’로 은곰상을 수상했다.
베를린 AFP 연합뉴스
“나를 위해 일해 준 사람들, 영화제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허락한다면, 여배우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름이 호명되자 연인과 뜨거운 포옹을 나눈 감독은 시상대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그의 언급에 영화의 주연 배우 김민희, 서영화가 일어났다.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홍상수 감독이 영화 ‘도망친 여자’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폐막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지난달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 4관왕을 차지한 것에 이은 한국 영화사의 쾌거다.

베를린영화제는 칸, 베니스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유서 깊은 영화제다. 1951년부터 시작된 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2004) 이후 두 번째다. 칸에서는 지난해 봉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베니스에서는 2012년 김 감독이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받았지만 아직 베를린에서는 한국 영화가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안지 못했다.

홍 감독은 ‘밤과 낮’(2008),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에 이어 올해 네 번째로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주연을 맡았던 김민희는 그해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과거 세 명의 친구를 만나게 되는 주인공 감희(김민희 분)에 관한 영화다. 홍 감독과 김민희가 7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서영화, 송선미, 김새벽, 권해효 등이 출연했다. 수상 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은 “나는 큰 그림을 그리거나 큰 의도를 갖는 그런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면서 “강한 것이 아니라 섬세하고 세부적인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올해 베를린영화제에는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이 스페셜 갈라 부문에, 김아영 감독의 ’다공성 계곡 2: 트릭스터 플롯‘이 포럼 익스펜디드 부문에 초청됐다. 최고상인 황금곰상의 영예는 이란 출신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의 ’데어 이스 노 이블‘(There Is No Evil)에 돌아갔다. 라술로프 감독은 정치 성향 등을 이유로 현재 이란에서 출국이 금지돼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해 영화에 출연한 그의 딸이 대리 수상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20-03-0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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