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 인물들이 떠난 자리에 알록달록한 돌만 남았다

10cm 인물들이 떠난 자리에 알록달록한 돌만 남았다

함혜리 기자
입력 2016-06-14 21:35
업데이트 2016-06-1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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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서초동 페리지갤러리에서 개인전

 작가 이동욱(40)은 스컬피라는 소재로 만든 미니어처 크기의 인물들을 통해 알 수 없는 중압감을 견뎌야 하는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수집이 취미인 그는 오래전부터 아프리카, 호주,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채집된 돌들을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이베이를 통해 500개 정도 수집했다.

 서울 서초동 페리지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모두 다 흥미로운’에서 그간 모은 각양각색의 돌덩어리들을 풀어놓았다. 한국의 현대미술을 견인하는 40대 작가들을 선정해 보여주는 기획의 아홉 번째 전시다. 테이블 위에 늘어놓은 형형색색의 돌들은 작은 인체 피겨들이 살았을 것 같은 기이한 행성의 표면처럼 신비롭다. 돌 사이에는 간혹 피겨들이 사용했을 법한 정체불명의 물건들, 작가가 이전 작업에서 사용했던 핑크색 레진으로 만든 방파제용 트라이포트, 가림막 등이 보인다. 돌에서 자란 것 같은 버섯을 닮은 오브제도 있다.

 “자연스러운 형태와 다채로운 색상, 조형적인 아름다움에 이끌려 돌에 매력을 느꼈다”는 작가는 “인체의 피부가 다양해서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처럼 지구에도 다양한 피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모은 돌을 붓처럼 사용해 봤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작은 지금까지 그가 선보여 온 작품들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그는 초기 작업에서 제품 이미지 속의 인물들이 실제로 그 용기 안에 들어 있는 독특한 방식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인간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보여줬다. 정교한 인체 표현과 함께 생선통조림 속에 나체의 인간들이 일렬로 누워 있거나 흘러나온 장기를 드레스 주름 자락처럼 들고 있는 형상 등 충격적인 상황 연출로 유명하다. 이후에는 화려한 외관을 가진 트로피, 밧줄, 칼, 도끼 등의 다양한 오브제를 사용해 드라마틱한 배경에 인간을 배치하는 냉소적인 시선의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전시에는 돌 설치 외에 그의 개성을 보여주는 인체 작품 ‘하얀 버섯’도 선보였다. 등이 구부러지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한 선홍빛 인물의 등에 마치 흰 버섯이 몸에서 자란 것 같은 형상이다. 자세히 보면 가격표가 여러 개 겹쳐져 붙어 있다.

 작가는 “가격을 할인할 때 먼저 있던 가격표에 가격표를 덧붙이는 것이 흥미로웠다. 외부의 알 수 없는 중압감에 인간성을 자꾸 상실해 가는, 그렇게 어쩔 수 없이 흘러가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6일까지. (070)4676-7091.

 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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