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쉬렵니다”…흰개미 탐지견 2마리 은퇴

“이제 좀 쉬렵니다”…흰개미 탐지견 2마리 은퇴

입력 2016-05-18 14:14
업데이트 2016-05-1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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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근정전서 은퇴식…새 특수목적견 3마리 투입

‘흰개미 탐지견 은퇴식’에서 주인공 보람(왼쪽)과 보배가 기념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흰개미 탐지견 은퇴식’에서 주인공 보람(왼쪽)과 보배가 기념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초창기에는 흰개미 탐지견을 데리고 사찰에 들어가는 게 힘들었어요. 사찰은 신성한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하지만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는 많이 좋아하시더라고요.”

목조문화재를 좀먹는 흰개미를 퇴치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12살 특수목적견 보람(수컷)과 보배(암컷)가 18일 경복궁 근정전에서 은퇴식을 치르고 현역에서 물러났다.

은퇴식에서는 보람과 보배에게 기념메달과 명예 문화재지킴이 위촉장이 전달되고, 새로운 탐지견들의 활동 모습이 시연됐다.

오랫동안 보람, 보배와 흰개미 탐지 활동을 한 정소영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그간 정이 들어 고마우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흰개미 탐지견 보배가 탐지 활동 중인 모습
흰개미 탐지견 보배가 탐지 활동 중인 모습
정 연구관은 “보람이는 생의 70% 정도를 흰개미 조사에 헌신했다”며 “두 마리 모두 힘이 많이 들었을 텐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각각 2007년, 2010년부터 전국 문화재 현장을 다닌 보람과 보배는 잉글리시 스프링어 스패니얼종으로, 은퇴 후에는 자원봉사자 가정에서 여생을 보내게 된다.

흰개미는 빛을 싫어하고 땅속에서 기둥을 따라 이동하면서 목재를 훼손하지만, 봄을 제외하면 맨눈으로 관찰하기 어려워 ‘목조문화재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흰개미 탐지견은 문화재청이 2007년 삼성생명과 문화재지킴이 협약을 체결하면서 도입됐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에스원탐지견센터에서 생활하는 보람과 보배는 평균적으로 한 달에 두 차례씩 사나흘 일정으로 목조문화재 현장을 방문해 흰개미의 흔적을 찾아내는 일을 했다.

이들은 특히 2011년부터 5년간 국보 24건, 보물 135건, 중요민속문화재 162건 등 중요 목조문화재 321건에 대해 전수 조사를 했다.

흰개미 탐지견이 흰개미 서식지와 흔적을 확인하면 국립문화재연구소 직원이 내시경 카메라와 탐지기 등을 동원해 상태를 파악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문화재청이 방충 작업을 했다.

보람과 보배가 은퇴하면서 흰개미 탐지 활동은 또 다른 잉글리시 스프링어 스패니얼종 특수목적견 세 마리가 바통을 이어받아 수행한다.

에스원 소속의 새로운 흰개미 탐지견들은 3년에 한 번씩 목조문화재 전수 조사를 하게 된다.

장영기 문화재청 전문위원은 “탐지견을 이용하면 탐지기를 사용할 때보다 흰개미의 흔적을 찾는 시간이 훨씬 단축돼 피해 확산을 막는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장 위원은 “흰개미 탐지견은 민관협력의 모범 사례로, 전문성을 살린 사회공헌 활동”이라고 평가한 뒤 “보람과 보배 덕분에 피해 현황을 빨리 조사하고 보존관리 역량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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