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표 종합선물세트”…칸 ‘아가씨’ 매력에 빠져드나

“박찬욱표 종합선물세트”…칸 ‘아가씨’ 매력에 빠져드나

입력 2016-05-14 23:41
업데이트 2016-05-14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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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오전 기자 시사회장 가득차…반응도 좋아

‘아가씨’ 포스터
‘아가씨’ 포스터
세번째 칸영화제 수상을 노리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그 정체를 공개했다.

14일 오전 8시30분(현지시각) 뤼미에르 대극장과 드뷔시 극장에서 ‘아가씨’의 기자 시사회가 열렸다.

영화 ‘올드보이’(2003)와 ‘박쥐’(2009)로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감독인 만큼 이른 시간임에도 두 극장이 기자들로 가득찼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인 이모부 고우즈키(조진웅)의 보호를 받는 히데코(김민희), 그리고 그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하는 백작(하정우)과 백작의 의뢰를 받고 재산 탈취에 동참한 하녀 숙희(김태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사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하지만 내용은 원작과 상당한 차이를 드러낸다.

전작 ‘올드 보이’가 일본의 동명 만화로부터 상황 설정과 제목만 빌려올 뿐 완전히 다른 내용이듯이 이번 ‘아가씨’도 박찬욱 감독만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출발은 원작 소설과 비슷하다. 백작과 숙희는 히데코의 재산을 뺏으려고 공모한다.

숙희는 히데코 집의 하녀로 들어가 백작과 히데코 간 관계를 원활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백작은 숙희의 도움을 받아 히데코를 유혹해 결혼한 뒤 히데코의 재산을 가로채고서 히데코를 정신병원에 가둔다.

이것이 대략적인 그들의 계략이다. 하지만 그 계락은 뜻하지 않는 장애물에 부딪힌다. 숙희가 히데코의 시중을 들다 그만 히데코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

백작은 숙희를 반은 협박하고 반은 물욕(物慾)을 자극해 결국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도록 한다.

여기까지가 영화의 제1부다. 1부 마지막에서 반전이 일어난다. 2부에서는 히데코의 입장에서 1부의 이야기가 재서술되고 3부에서는 1~2부 이후 상황이 그려진다.

‘아가씨’는 흡입력 있는 이야기 구조를 지닌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큼 이야기의 진행이 흥미롭다.

한 살인사건을 두고 인물들이 각자 처지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라쇼몽’(1950)과 비슷한 구조를 띤다.

영화는 인물들의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자 시점 쇼트를 종종 사용한다.

‘아가씨’는 또한 의상, 미술, 로케이션 등에 공들여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는 박 감독 특유의 영상미가 두드러졌다.

특히 조선과 일본, 유럽 등 이질적인 문화권, 봉건질서와 근대라는 이질적인 시간대가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가 살아 있다.

히데코의 저택이 하나로 붙어 있는 일본식 건물과 양식 건물, 하인들 숙소로 쓰이는 별채의 조선식 건물로 구성된 것은 이 같은 이질성의 혼재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두 여배우의 성애 묘사도 파격적이다.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노출 강도 높은 동성애 장면이 나온다.

전찬일 평론가는 “반전을 거듭하는 최상급 장르적 쾌감을 주는 박찬욱 감독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라고 평가하면서도 “영화가 1부, 2부, 3부로 단절돼 인물들의 감정선이 이어지지 않고 끊어지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의 세 번째 칸 입성이 어떤 성과를 낼지 기대된다. 일단 기자 시사회 반응은 좋았다. 깐깐한 세계 각국의 기자들이 상영이 끝나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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